응무소주이생기심 ·
어제는 모처럼 딸과 사위랑 카페에서 맛있는 빵과 커피를 먹고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는데 "복숭아 수확이 끝나면 호텔 티켓이 있으니 여수든 서해든 아니면 땅끝마을이든 같이 여행 한번 가시죠?"라고 한다.
혼자 대마도 자전거 투어나 할까 계획했었는데 아이들과 같이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오리고기 주물럭이 당긴다는 딸 의견 따라 예전에 두어 번 갔었던 '오미골'이란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밭에 들렀더니 뭘 알고 하는 소린지 "진짜 농사 잘 지었다."라며 사위는 입에 침이 마르고 딸은 익어가는 대극천이 "아름답다."라며 탄성을 지른다.
이리저리 다니며 구경하다가 몇 개 남은 신비를 먹더니 "달린 걸 직접 따서 먹으니 더 맛있다."라며 "과학적 농법이라더니 진짜 다르네."라고 한다.
오늘 아침도 다섯 시에 일어나 밭으로 향하는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확실히 다른 날보다 가뿐하다.
하룻밤 만에 대극천은 발갛게 익어 꽃핀 듯하고 향기도 엄청 진하다.
집사람이 골라서 따는 동안 바구니를 나르는 등 바쁘게 움직였더니 금세 흠뻑 젖는다.
아침부터 급하게 무알코올 맥주 한 캔을 마셔도 수분 보충이 안 되어 솔잎즙에다 물을 섞어 한 컵 더 들이켜고 나니 갈증이 해소된다.
여름날의 농사는 힘들어도 요즘처럼 오전에만 열심히 하면 오후에는 시원한 커피 한잔하며 농사일기나 쓰며 쉴 수 있으니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빨리 수확을 끝내고 회에다 소주 한잔하며 여수 밤바다 노래나 흥얼흥얼 부르며 놀고 싶다.
작물

대극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