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은 3일차 신비 수확을 위해 집사람이 과일을 따는 동안 성큼 자란 고추가 부러질까 싶어 2차 줄을 매고 집게로 고정했다.
여덟 시를 넘긴 시간임에도 여자들은 배가 안 고픈지 아침 먹자는 소릴 하지 않으므로 밥 먹고 하자 했더니 "혼자 차려 먹어라."고 한다.
흔히 하는 말로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왜 저렇게 죽기 살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며 중얼거린 후 건강을 생각해 먼저 낫토를 먹고 국이 없어 물김치와 먹으려니 잘 넘어가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하우스로 들어오기에 얼른 나무젓가락을 찾아 낫토 위에 올려주니 박카스 한 병과 같이 먹고는 탄수화물 섭취는 하지 않는다.
점점 수확량이 많아질 텐데 저렇게 먹고도 에너지 생성이 될는지 살짝 걱정이 된다.
옛 어른들은 밥심이 좋아야 농사지을 수 있다고 했는데 "또 몸무게 늘었다."며 도통 밥을 안 먹고 사는 거 보니 신통방통하다.
열한 시 반쯤에 선별 작업을 마치고 복숭아 하나와 감주 한잔으로 중참을 대신하고 농협 출하장에 가니 여러 과일을 싣고 오는 농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
매년 조합원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는 등본을 창구 담당자에게 제출하고 집에 오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새벽에 큰형님이 조카 미국 보내느라 심신이 피폐했을 것이라며 막내가 보내준 산삼을 먹었으니 시원한 캔이나 냉국수도 먹을 수 없고 하는 수 없이 오이냉국을 주문하여 밥을 말아 먹었다.
오후에는 자전거를 타라는 지시 사항을 지키려고 밖으로 나와 페달을 밟으니 금세 땀이 등허리를 적신다.
하체에 근육을 올리며 공원을 지나치는데 마침 손자와 놀았던 코끼리상 옆에 설치된 '쿨링 포그'가 빵빵하게 나오고 있기에 벤치에 앉으니 제법 시원하다.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며 앉은 김에 땀도 식힐 겸 농사일기나 쓰고 가자 싶어 자판을 두드리는데 커피가 당긴다.
친구한테 한잔 사 오라고 부탁할까?
작물

신비

금수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