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농사_일기
오늘은 밭에 가는 걸 건너뛰려다 "발자국 소리를 들려주라."라고 했던 집사람의 명을 어길 수 없어 혼자 갔다.
입구에 들어서자 하루가 다르게 예쁘게 물들고 있는 복숭아가 탐스러워 가까이 다가가니 색이 정말 곱다.
사진을 찍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손자에게 카톡으로 보내놓고 한번 그려보라고 했더니 "그러겠다."라고 한다.
가끔 빠져 있는 신초도 정리하고 축 처진 가지도 줄로 당겨서 올려주며 한 바퀴 도는 동안 발자국 소릴 세게 내었는데 들었는지 모르겠다.
살구도 무르익어 가고 오이도 네 개나 달려 있기에 따서 입구 쪽으로 나오다가 빨간 산딸기가 보여 한 움큼 따 먹고 첫 복숭아 맛도 보자 싶어 한 개를 따서 먹어 보니 말 그대로 달콤 새콤 이름만큼이나 그 맛이 신비스럽지만 더더욱 향이 장난이 아니다.
농사를 잘 지었는지 향의 끝판왕!
딱 어울리는 표현이지 싶다.
하우스에 앉아 야금야금 맛을 음미하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가 감정을 쥐어짠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SS기로 약 치는 기계음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밭에서 뻐꾸기 소리, 꿩들의 훼치는 소리를 들으며 평안을 얻는다.
먼 옛날 아버지가 농사지으실 때처럼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던 암소 울음이 있으면 더 좋으련만 그때가 그립다.
작물

신비

대극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