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_일기 오늘은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나 16일 만에 복숭아 5차 약을 치러 가는 길에 불교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부처님과 가섭존자와의 일화 중 염화미소와 차창을 스치고 지나가는 안개 낀 풍경이 무정설법인 듯 마음을 평안케 하며 이심전심 와닿았다.
물을 받으며 어제 사 둔 약을 꺼내보니 계산서 상 12만 원 상당의 돈도 비싸지만 평소보다 양이 많기에 헤아려 보니 네 종류 12병이었다. 아마도 농협에서 어제 비도 왔었고 잎도 무성하다고 했더니 조금 독하게 뿌리라고 준 것 같았다.
아침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비옷을 입어서 그런지 등허리엔 땀이 맺혀 찝찝했고 나뭇가지는 분사기로 맞았던 약이 아팠던지 살짝 휘어졌다가 펴지며 약을 안경 끼지 않은 눈에다 되돌려주며 앙갚음했다.
설법으로 고요하게 가라앉았던 마음은 살짝 요동치려는데 허리마저 아파오니 꼭 이걸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며 짜증이 솟구쳤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옴 마니 반메 훔, 옴 마니 반메 훔, 주문을 외웠다.
이윽고 약줄을 정리하고 아홉 시가 다 되어서야 식탁에 앉았는데 계속 허리가 아파 등받이 의자로 자리를 옮기고 서야 한결 편했다.
역시 농사는 힘들다는 걸 진리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침을 먹고, "잡초 정리를 좀 하고 가자."라는 집사람의 의견을 묵살할 수는 없어 한 고랑만 하자는데 합의를 보고 허리를 달래가며 한 줄을 끝냈는데 그 와중에 계속 "이놈의 풀을 어떻게 해야 되노?"라며 노래를 하기에 "이 사람아 밭에 풀 나는 게 예사고 풀도 좀 살아야 안 되겠나? 근데 풀에 뭐 그렇게 예민하게 구노?"라고 했더니 잠잠해졌다.
일을 미뤘으면 내일 하루 종일 해야 할 걸 오늘 집사람 말 듣고 한 고랑 했으니 다행이긴 하다.
한데 충남대 이계호 교수님의 말을 빌리자면 잡초 밭에서 생산된 과일이 당도나 영양가 면에서 최고인데 집사람은 저렇게 풀을 싫어하니 어떡하면 좋을까? 요즘 사람들은 예전처럼 풀 많다고 밭주인 게으르다며 욕하는 사람은 없지 싶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