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은 겨우내 묵혀두었던 경운기를 꺼내어 복숭아밭으로 가 한 시간에 걸쳐 로터리를 조립하여 며칠 전 내린 비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잡초를 없애기 위해 경운을 했다.
복숭아나무를 다치지 않게 하려니 자연스럽게 팔에 힘이 들어가고 나중에는 허리도 아프고 일어나는 먼지에 마스크를 껴도 목이 메케했다.
기계를 다룰 때는 음주는 금물이라고 했지만, 목이 너무 칼칼하여 맥주 한 캔을 마시고 나니 한결 나았다.
아침 아홉 시에 작업을 시작하여 열한 시쯤 내리는 비로 인하여 하우스 안을 정리한 후 쌀국수로 점심을 먹고 곧장 작업을 재개하였는데 마지막으로 고추 고랑 하나를 만들고 나니 오후 다섯 시를 훌쩍 넘겼다.
집사람이 밭에 이리저리 흩어진 거름 부대와 비닐을 정리하는 동안 혼자서 떼 두었던 트레일러를 조립하려니 무척 힘이 들었고 시간도 거의 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모아둔 재활용 쓰레기와 비닐을 경운기에 싣고 나니 집사람도 힘이 들었는지 “오늘 저녁엔 소고기 좀 사서 먹자.”라고 하기에 난 입맛이 똑 떨어졌는데 어떡하노? 했더니 “술 한 잔 마시면 떨어진 그것이 다시 붙을지 어떻게 아노?”라고 한다.
오는 길에 농협에 들러 내일 덮을 고추 비닐과 다음 주에 칠 농약을 사려는데 “퇴근 시간 십 분 전에 오셨네요.”라며 직원이 서둘러 주문을 받아준다.
먼저 샤워를 먼저 끝낸 집사람도 이리저리 종종걸음 하느라 피곤했는지 저녁 준비를 하면서 연신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힘들어”라는 소리를 내뱉는다.
집사람의 신음을 들으며 욕실에 있는 나 역시 오래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아프다.
정말 종일 농사에 매달리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이 없는데 제초제 안 치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려니 몸은 녹초가 된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이왕 하는 것 즐겁게 하려 해도 체력이 다운되니 슬며시 짜증이 오르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출하할 복숭아밭에 내 편하자고 독한 제초제를 뿌리려니 양심의 가책이 되니 이를 어쩔꼬?
각설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 고기를 안주로 마오타이 서너 잔 하고 나니 술기운도 오르고 한가지 숙제를 끝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안하다.
오늘은 제발 피곤을 핑계로 새벽에 안 깨고 단잠을 잤으면 좋겠다.
작물

신비

대극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