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전에는 대추밭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두릅과 취나물을 채취하는 동안 집사람은 민들레 잎을 뜯었다.
원래 주인이셨던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못 들어서 그런지 처음엔 자두나무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더니 이듬해엔 더덕밭이 모두 말라 비틀어져 제구실을 못 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엔 도라지들이 썩어 나갔고 이젠 손대지 않고 내버려두어도 매년 쌉싸름한 맛으로 입을 즐겁게 해주던 두릅도 상품성이 없을 정도로 시원찮다.
이런 현상을 보면 작물들도 성의를 다해 돌보느라 자주 들려주던 발자국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걸음걸이를 용하게 아는 모양이다.
가시를 피해가며 부지런히 먹을 만한 것들을 꺾어 나가는데 어디선가 "큰애야 퇴근길에 두릅 따 놓았으니 집에 들렀다 가거라."라고 하시던 아버님의 음성이 귓가에 들려온다.
갑자기 명치 아래가 시큼하더니 그리움이 확 몰아치기에 주저앉았더니 허벅지가 따끔하다.
찔레나무가 왜 아버지만 생각하고 이 밭에서 "큰애야 목마른데 맥주 한잔하고 해라."하시던 엄마는 생각 안 나나?라고 일침을 줬나 보다.
◇ 찔레꽃 ◇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이상 이연실노래 일부
엄마와의 기억마저 떠올리니 눈물이 핑 돈다.
얼마 있지 않으면 두릅밭엔 찔레꽃이 지천이겠지.
아버지처럼 애들한테 두릅 갖고 가라며 전화를 하고 싶어도 멀리 있으니 그럴 수도 없다.
문득 우리 애들은 나에 대해서 어떤 추억들을 갖고 있을까?
그리움에 가슴 먹먹해 할 날도 있을까?
두릅을 반찬으로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느끼함을 잡기 위해 카페서 집사람과 커피 한잔 마시며 그리움에 빠졌다가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작물

두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