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은 추위를 피해 아홉 시 반에 밭으로 가서 4일 만에 남은 전정을 마무리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두 번의 전정이었지만 끝이라고 생각하니 감회도 있었지만, 꼭 이런 과정을 겪어야만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나 하는 씁쓸함도 있었다.
잠시 앉아 숨을 돌리며 베지밀 하나를 마신 후 묵혀 둔 퇴비를 손수레에 싣고 나무당 한 소쿠리 반씩 아래에 갖다 두었는데 3일 연거푸 밭일한 탓인지 아픈 허리는 숫제 감각마저 없어졌다.
하루 만에 너무 무리했나 싶어 거름 흩는 것은 내일로 미루기로 하고 하우스에 들어와 바깥을 보고 있으니 처음 황 소독을 할 때부터 한 해 밭에 매달렸던 기억들이 슬라이드처럼 지나간다.
농사로 인해 몸이 상하기도 했을 것이고 때론 여가 활용에다 근육이 생겼을 수도 있겠지.
어떻든 내일 소 거름을 흩고 다음 주에 파쇄기를 임대해서 쌓아둔 나뭇가지를 없애고 나면 일 년 복숭아 농사는 드디어 끝난다.
하지만 병든 대추나무 베어낸 곳에 묘목을 구해 다시 심고 물을 주자면 아직 며칠은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는 연말은 다가오고 있으니, 일이 손에 잡힐는지 모르겠다.
아침 먹고 밭에 나가 돌아서면 점심시간, 커피 한잔하며 눈 깜빡하면 저녁이라 금세 사방이 어둑어둑해지고 그러면 하루가 뚝딱 지나간다.
오는 병오년이면 정말 한 갑자의 반을 훌쩍 넘었으니 칠십 밑자리 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빠른 세월 탓만 할 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정신을 차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진정한 나를 찾아 여여(如如)함을 유지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작물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