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며느리가 구해 놓은 예매표로 요즘 핫한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GTX를 타고 성남까지 가서 만화 보기를 좋아하는 손자를 위해 '그리스 로마 신화' 전권을 받아오고, 저녁엔 손자가 좋아하는 통닭과 피자 파티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기에 나름 보람 있는 하루였다.
오늘은 손자를 등교시키고 커피를 홀짝이며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보다가 좀 더 유익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오후에는 뭘 할까 생각하다가 등산 겸 쑥 채취를 위해 집을 나섰다.
지금은 어딜 가나 지자체에서 운동 코스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 놓았듯 여기도 똑같다. 아파트 뒷산 능선을 타다가 하산길 초입에 다다르니 쑥과 입맛을 당기는 고들빼기가 제법 있기에 한 움큼 조금 넘게 뜯었다.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손자의 하교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알찬 시간이 된 것 같다.
이제 며칠 후면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며느리에게 손자를 내어주고 내려가야 하기에, "있는 동안이라도 엄마 밥다운 요리를 해주고 가야 하지 않겠냐?"라며 하교하는 손자의 손을 잡고 마트로 향하는 집사람의 발걸음이 힘찬 것 같아 보기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자식을 멀리 떼어놓은 엄마 마음인가 싶어 애잔한 마음도 든다.
이제 닷새 후면 한 달 동안 부대끼며 쏟아부었던 아들, 며느리, 손자에 대한 사랑을 남겨놓고 내려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질는지 모르겠다.
예전처럼 그리움에 몸서리치지는 말아야 할 텐데 벌써 걱정이다. 돈독했던 정만큼 이별의 아픔도 더 진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