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 이른 아침 친구들 모임이 끝나고 농장에 도착하니 해가 서산너머로 서서히 기울어지고 있다. 오는 길에 광천역에서 마눌님을 모시고 간만에 찬거리를 준비하고 구항으로 건너가 카페에 잠시 여유을 가졌다.
역시나 풀들은 아랑곳하지않고 잘들 자라고 있고 내 나무들은 더위에 가쁜 숨을 내쉬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 요번엔 마무리 농약을 살포하고자 담날 새벽을 기약하고….
모임의 피로가 이른 새벽까지 이어지고 눈을 떠 창밖을보니 어느새 뜨거운 햇살이 머리맡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ㅠㅠ 망했다는 생각에 밖을 나가보니 도저히 엄두가… 뜨겁다. 그래도 버텨볼라고 그늘에 앉아 잠시 열기를 몸으로 느껴본다. 허억~~~ 죽겠다. 난생처음 밭에서 죽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메아리 친다. 마눌님이 큰 고무다라에 물을 채우라는 말이 내 머리를 깨운다. 이 더운날에 ㅠ 뒤가 구린 강아디마냥 햇살을 뚫고 고무다라에 물을 채운다. 그나마 물속이 시원했건지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방글거리며 카톡도 보내고 사진도 몇 장 찍으라하고. 내 신세가 웃프다. 일도 못하고 마눌 노는 모양새는 웃기고.
한숨자고 저녁이 되어서 예초기를 둘러메고 밭 법면에서 기어나오는 칡줄기에 화풀이도 하고, 새로산 장난감 예초기 사용법을 마눌님에게 알려주니 몇번해보다 할만했는지 나중에 팔 아프다고할게 뻔하지만 모른척 모르쇠로 일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