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은 어저께 하려다가 바람이 불어 밀어두었던 고추 심을 고랑을 만들고 토양살충제를 친 후 비닐을 덮었다.
복숭아나무 가지와 겹치지 않도록 하려니 관리기를 돌릴 수 없는 밭둑과 접한 곳에 옛날 방식대로 괭이로 쪼아서 100포기 정도 심을 두둑을 만들려니 힘은 두세배는 더 들고 아픈 허리는 끊어질 것 같았다.
내 생각대로라면 그냥 사 먹으면 좋으련만 “내 밭에 심어 믿고 먹으면 되는데 뭐 하려고 비싼 돈 주고 사 먹나?”라는 집사람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나중, 병원비가 더 들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열두시가 다 되었을 무렵 일을 끝내고 하우스에서 잠시 쉬고 있으니 아직 에너지가 남았는지 “단호박 구덩이를 미리 만들어 거름을 넣어 둬야된다.”며 갈퀴로 하우스 주변을 정리하더니 기어이 구덩이를 판다.
속으로 저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평생 농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을 짝으로 결혼했어야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컵라면과 햇반을 데워 점심을 먹으며 왼손 검지가 아파 살펴보니 물집이 잡혀있다.
계획은 50포기 심을 고랑만 만드는 것이었는데 100포기로 늘리고 거기다 계획에 없던 비닐멀칭을 하고 옆에 부직포까지 덮었으니 겨우내 쉬었던 손바닥이 “일 좀 줄이라.”며 반란을 일으켰나 보다.
우리밭에도 2~3일만 있으면 복사꽃 잔치가 벌어지겠다.
작물

홍고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