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무소주이생기심 ·
오늘은 혼자 밭으로 가 우산형 지줏대 낙하산 줄, 풀어진 끝부분을 도치램프로 녹여서 뾰족하게 만들었다.
타는 냄새를 오랫동안 맡았더니 머리도 아프고 회복되지 않은 허리 통증이 심해 지줏대에 기댔다가 앉았다를 반복하며 일을 하려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한고랑 반을 하고 하우스에 들어와 컵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일을 다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세시반을 훌쩍 넘기고 있다.
작업한 줄이 잘라 둔 호스에 잘 들어가는지 실험삼아 해보니 별 하자가 없으므로 두 나무만 묶어보고는 귀가를 했다.
이제 차에 올라 앉아도 통증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상태는 점점 나빠지는 모양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건 무식, 한심함의 극치 아닌지 모르겠다.
작년 이웃밭 어르신이 밭에 앉아 엉덩이 걸음으로 움직이며 복숭아 묘목 접작업을 하시는 것을 보고 미래, 나의 자화상이 아닐까? 했었는데 제발 그렇지 않기를 바라본다.
작물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