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나니 얼마 전 수술 후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작은아버님 면회를 갔을 때 입원하시자마자 같이 방문했었는데도 집안의 종부로 중추 역할을 했던 집사람이 보고 싶으셨는지 "왜 큰 질부는 안 보이노?"라고 하시던 말이 떠올라 면회를 갔다.
금방 씻고 나오신 것 같아 등 허리와 팔 그리고 얼굴에 로션을 듬뿍 발라드렸더니 "시원해졌다."라고 하시며 말을 이어 "수술하고 100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고 했는데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는 걸로 보아 이제 여기서 못 나가지 싶다."라고 하시기에 요즘 의술이 발전해 곧 좋아질 테니 희망을 놓으시면 안 됩니다.라며 위로를 드렸다.
배웅차, 보행기에 의지해서 로비에 나오셔선 "여기서 창을 통해 집 쪽으로도 한번 봤다가 가게가 있는 시장 쪽으로 보며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린다."라고 하실 땐 울컥 올라오는 격정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오늘은 쌀쌀해서 안 되고 며칠 있다 외출 한번 해 보입시더 하고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가거라."라며 손을 휘휘 젖고는 집사람에게 "내가 잘못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잘못했다."라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마음이 착잡했다.
갑자기 마스크 속 입이 텁텁해지며 커피가 당기기에 집사람에게 우리도 멀지 않았다. 어떻게 살아야 후회 안 하겠노? 지금부터라도 아등바등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자 그런 의미에서 카페나 갔다 가자고 했더니 "그러자."라고 했다.
한평생 당당하게 자존감 높게 사시던 작은 아버님의 허물어진 모습을 보고서 만감이 교차한 하루였다.
숙모님으로부터 늘 보살핌을 받으며 사셨던 분인데 혼자서 집이 얼마나 그리우실까?
문득 어느 영화를 보며 기억해 두었던 '저녁이 오면 헤어짐이고 아침이 되면 다시 기다림이고 속절없이 가슴만 타들어 가는 그리움'이란 대화가 슬며시 떠오른다.
"잠이 안 와 어제는 수면제에 의지했는데도 새벽 세시부터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는데 숙면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던 올해 84세 작은아버지의 간절한 메시지가 화살처럼 가슴에 푹 박혀있다. 밤새도록 외로움과 사투를 벌였을 작은아버님!
범소유상개시허망!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익히 깨우치면 생로병사를 마주해도 당당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