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 한 줌
오늘도 비가 옵니다.
일요일에 심어둔 쪽파 탓에
괜스레 후회가 개울물 불어나듯 밀려옵니다.
성급한 마음에 정식한
쪽파 종구가 썩어버리진 않을지,
며칠만 더 참았다 심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누군가 말했지요.
인생은 찬스를 잘 잡아야 한다고.
별 계산도 없이 살아온 나는
성공보다 실패에 더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어릴 적, 삼 대 일 싸움에서
‘센 놈부터 먼저’라는 멍청한 판단으로 달려들다
피맛이 섞인 흙먼지를 삼키며 나뒹군 일도 있었지요.
살아오는 동안
민생고를 벗어날 기회도 몇 번 있었지만
‘에이, 뭐…’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흘려보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이
먼저 다가와 건넨 말에도
한 모금 불어오는 체온 같은 눈빛에도
모른 척 고개를 돌리던
총각 시절이 있었고요.
뭐든 될 것 같던 평온함에 안주하던 시절은 가고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은 지금
쪽파 한 줌을 심어두고
또다시 버릇처럼 바보 같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비가 그치면
흙 속에서 눈을 뜨는 연둣빛 싹이
혹시나 내게도
늦게 찾아온 봄이 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