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로의 그릇 ♡

결혼 후 처음 시댁에 인사 갔던 날,
나는 어색한 미소로 시어머니가 내민 음식을 받았다.
김치찌개, 연근조림, 가지나물…
익숙한 듯 낯선 음식들 속에서 나는 젓가락을 망설였다. 어머니는 내 반응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입에 안 맞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거 안 좋아하더라.”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어머니.
너무 맛있어요.”

그날 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남편은 조용히 말했다.

“엄마가 너 눈치 좀 보시더라.
네가 그릇을 바꾸자고 했을 때,
좀 놀라셨어.”

생각해보면 그랬다.
식사 중 나는 무심코
“작은 그릇으로 바꿔 드릴게요”라고 말했는데,
어머니는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릇 하나가 그리 큰 일이겠냐 싶었지만,
어머니에게는 오랜 시간 습관처럼 지켜온 ‘자기 방식’이었던 것이다.

시어머니,
윤자 여사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분이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대신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
아침이면 찬물로 나물을 씻고,
반듯하게 다듬어진 채소를 쟁반에 담아 부엌에 나르며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연극의 한 장면 같았다.

나는 그 옆에서 한동안 ‘관객’처럼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무언가 돕고 싶었지만,
섣불리 끼어들면 어머니의 리듬을 깨트릴까 두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살짝 썰어둔 깻잎 위에 어머니가 살짝 간장을 얹으며 말했다.

“너는 칼을 잘 쓰네.
내 딸 같았으면 벌써 손 다쳤을 거야.”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어머니의 그릇 안에 내가 들어가도 괜찮다는 신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나는 조금씩 어머니의 부엌에 함께 들어갔다.
된장을 푸는 온도,
다시마를 건져내는 타이밍,
김치에 들어가는 무채의 굵기까지 어머니는 말없이 알려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용기를 내어 제안했다.

“어머니, 어머니 요리법을 제가 글로 정리해도 될까요? 어머니만의 맛을 나중에 아이들도 알 수 있게요.”

어머니는 잠시 손을 멈췄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신 내 글씨로 써보자. 너는 옆에서 사진 찍어.”

그날부터 우리는 서로의 ‘그릇’을 조금씩 나누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손글씨가 담긴 노트에는 음식뿐 아니라 기억도 함께 담겼다.
“이 무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크기”,
“이 간장은 시집올 때 친정에서 준 것” 등.
그 안에는 어머니의 삶이 녹아 있었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하셨고,
나는 혼자 어머니의 부엌에 섰다.
마치 무대 위에 홀로 선 배우처럼.
김치를 담그려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 노트를 꺼내 펼쳤다.
그리고 노트 한 쪽 귀퉁이에 적힌 글을 발견했다.

“내 며느리는 내 그릇보다 넓다.
나는 그 안에 담겨도 좋다.”

눈물이 났다.
서로의 방식이 다르고,
그릇의 모양이 달라도 우리는 결국 서로를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봄이 오기 전 세상을 떠나셨다.
작고 조용한 장례식에서 나는 어머니의 앞치마 주머니에 조그마한 종이 쪽지가 들어 있는 걸 발견했다.

“나중에 너도 며느리를 맞이하겠지.
네 그릇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나는 작게 웃으며 속삭였다.

“어머니, 그 따뜻함은 저에게 물려주셨으니까요.”

지금 나는 딸과 함께 된장찌개를 끓인다.
아이는 아직 칼을 제대로 못 쓰지만,
어머니가 내게 그랬듯 나도 말없이 옆에서 지켜봐 준다.
그리고 가끔 묻는다.

“엄마, 할머니는 어떤 분이셨어?”

나는 대답한다.

“그릇 같으신 분이었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나를 담아주셨단다.”

시간이 지나도 나는 가끔 어머니의 그릇을 꺼내 찬장을 닦는다.
그 그릇엔 작은 금이 가 있고,
오래된 자국도 있지만…
그 위에 담긴 수많은 시간과 마음은 여전히 빛난다.

모셔왔답니다 좋은글 중에서 ♡♡

오늘 정오부터 비가 내립니다
애타게 눈빠지게 기다리던 비 ☔ 🎶 💕

최고의 탑건 백대리~ / 백대리 멋진비행 🦢 #청계천 #travel #seoul #cheonggyecheon #백로 #short... - https://youtube.com/shorts/xf65iFZC9gU?si=NWsn7R43vSTZoi3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