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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전주유일기
텃밭 농부·
추억의 배추전
작년에 아버지한테 들렀다가 동생네집에서 배추전을 부쳐 먹었던 이야기입니다.
오랫만에 배추전을 부쳐 먹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갑자기 배추전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후라이팬에 올해 농사지은 들깨로 새로짠 들기름을 두르고 새파란 배추잎을 후딱 부쳐 드렸습니다.
덕분에 저희들도 몇장 부쳐서 먹었습니다.
고소하고 약간 풋내음이 나는 배추전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참으로 추억의 배추전이었습니다.
옛날 배추는 겉이 두껍고 줄기가 질겼습니다.
올해는 도마토보다 라이코펜이라는 영양소가 10배나 많다는 고기능성 황금배추를 심었습니다.
일반 배추보다 모종값이 조금 비싼편이지만 배추통이 그다지 크지 않고 배추속이 황금같이 노래서 먹음직스럽습니다.
황금배추로 백김치라도 담그면 김치색깔이 주황색이 나서 엄청 이쁩니다.
또 옛날에는 지푸라기로 배추를 묶어야 속이 찼습니다.
지금은 그냥 뵈게 심지 않고 물빠짐만 잘되고 수분만 적당하게 유지하고 영양만 충분하면 내버려둬도 배추 스스로 결구가 되도록 배추도 개량되었습니다.
작년에는 가을장마 때문에 배추 무름병이 있어 많은 농가에서도 밭에 배추가 썩어서 배추를 구입해 김장을 했습니다.
올해는 가을 가뭄이 심해서 물주기가 어려운 배추밭은 곳곳에 배추들이 속이 차지 않은 것을 많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밭에는 배추가 봄동같이 헤벌레하게 보였습니다.
옛날에 할머니께서 솥단지 뚜껑을 엎으시고 장작불을 지피셔서 새파란 배추잎을 돼지비게로 솥전을 문지르고 산초기름으로 둘러서 배추전을 부쳐 주셨습니다.
아마도 밀가루를 아끼실려고 그랬는지?
밀가루는 배추전에 별로 없고 새파란 배춧잎만 노릿하게 부쳐 주셨습니다.
그래도 돼지비게 기름의 고소한 맛과 들기름같이 고소하지는 않지만 산초기름의 특유의 냄새가 어우러져 가닥가닥 찢어 먹었던 배추전이었습니다.
산초기름은 야산이나 산에 있는 밭가장자리에 가시가 있는 나무에 초록색이었던 열매가 가을에 빨갛게 익으면 송이송이 달린 산초열매를 따다가 기름을 짜서 참기름과 들기름을 대신했습니다.
젠피(초피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젠피는 산초와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쉽지 않은데 줄기에 난 가시를 보면 금방 구분이 되기도 한다
젠피는 對生이요 산초는 互生이다
젠피는 가시가 마주보고 나며, 산초는 서로 어긋나게 달립니다.
젠피가루는 동양의 허브였습니다.
열매를 따서 햇볕에 말리면 껍질이 벌어집니다.
산초는 열매로 기름을 짜지만 젠피는 껍질을 갈아서 가루로 씁니다.
젠피나무는 깊고 높은 산에서나 채취하였습니다.
추어탕에 젠피가루를 작은 티스푼으로 한스푼 넣으면 비릿한 냄새를 없애주기도 합니다.
저희 고향에서는 젠피가루를 넣고 열무김치를 담가 먹었습니다.
향긋하고 시원한 맛과 젠피의 아릿한 맛을 추가할 수가 있었습니다.
곡창지대에서는 젠피나무랑 산초나무는 구경하기가 힘들겠죠?
참기름과 들기름이 귀할 때였습니다.
가을에 근처에 있는 야산을 다니면서 산초를 따서 기름을 짰습니다.
지금은 산초기름이 한약재로 쓰여지고 있어 귀한 상품이 되었고 함양이나 산청같은 산간지방에서나 산초기름을 짜는 방앗간이 있다고 합니다.
그 때는 먹거리는 물론이고 간식거리는 정말 없었습니다.
그래서 봄철에는 찔레순과 방천이나 산소주변에 나는 띠풀의 새순인 삐삐를 뽑아 먹었습니다.
특히 새로 자란 찔레순은 껍질을 벗기고 먹으면 연하고 달작지근 했습니다.
여름철에는 덜 익은 떫은 새파란 감을 따서 논 물구덩이에 묻어 두었다가 3-4일 지나서 꺼내먹으면 달작지근하게 울려집니다.
가을철에는 어른들이 캐고 간 고구마밭에 가서 고구마 이삭을 주어서 먹었습니다.
어쩌다 밭 가장자리나 고구마 두덕 끝자리에 못캐간 고구마를 횡재하는 일도 있습니다.
마을 대나무밭에 커다란 밤나무가 한그루 있었습니다.
그 때는 밤나무가 흔치 않았습니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새벽에 달려가서 알밤을 줍기도 했습니다.
늦게 가면 제 몫은 없거든요.
지금처럼 벌레가 먹질 않았고 크기도 재래종이라 똘밤이었습니다.
그리고 동네 가운데 고염나무가 있었습다.
새마을사업이 있기 전 동네 안길은 꼬불꼬불한 골목길이었고 길바닥에는 돌계단같이 돌멩이가 많았습니다.
리어카가 못다녔기 때문에 모든 농작물을 지게로 날랐습니다.
잘 익은 고염이 땅에 떨어지면 깨지고 사람들이 밟고 다녀서 못먹지만 물이 고인 또랑에 떨어지면 물이 있어서 깨지지않은 고염이 뭉쳐 있습니다.
조금 깊은 또랑에는 고염이 오개오개 많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가재가 살고 있는 곳이라 또랑물은 깨끗했습니다.
서리와 눈을 맞은 고염은 쪼글쪼글하고 달작지근해서 요즘 건포도와 같았습니다.
왜 그리 고염은 씨가 많았는지요?
겨울철 간식은 작은방 웃묵에 수수깡으로 엮어서 동그랗게 만든 통속에 얼어서 썩지마라고 보관했던 고구마를 그냥 생으로 깍아 먹는 것이 유일한 간식이었습니다.
역시 겨울철 간식은 고구마였습니다.
물이 빠진 고구마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오늘 배추전은 밀가루에 육수를 내서 부침가루랑 섞고 갓짜온 들기름으로 부쳤는데도 옛날 아무것도 가미하지않은 할머니께서 부쳐준 배추전에 무언가 2%가 부족한 기분이더군요.
오늘 배추전을 부쳐 먹으면서 옛날을 추억을 되돌려 봅니다.
인천강화상추13697
이야기 장터에 실타레처럼 풀리는 얘기나눔이 있어 반갑고,매우 고맙고 기꺼웁니다.감사합니다.
전북전주유일기
텃밭 농부·
네.
상추님같이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올리게 되고
다시 추억을 소환해서 자유게시판에 올릴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정국도 시끄러운데 대형참사가 있어서 대외적으로 우리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습니다.
남은 며칠 잘 보내시고
새해에는 좋은 일이 많으셔서
웃는 날이 많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