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모래당근해풍쪽파종구·
오늘의 영농일지
2026. 9. 16.
오늘 쪽파 종구 거래를 두고 육지 작목반과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었다.
제주에 물량이 있고 육지에서는 필요한 사람이 있으니, 잘 연결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일이 달라졌다.
물건을 가진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어 했고, 사려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어 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가격까지 맞추려고 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를 분명히 알게 됐다.
만약 이것이 인영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쪽파였다면 판단은 달랐을 것이다.
내가 생산비를 알고 있고, 어느 가격까지 팔아도 이익이 남는지 계산할 수 있다면 시장가격보다 조금 덜 받더라도 물량을 정리했을 것이다.
재고를 오래 보관하는 위험, 가격이 더 떨어질 위험, 자금이 묶이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익을 확보하고 판매하는 것도 충분한 경영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물건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생산자도 아니었고, 가격을 결정할 권한도 없었다.
그런데 거래를 연결했다는 이유로 어느 순간부터 거래 성사까지 내 책임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늘 하나의 원칙을 배운다.
내 농산물은 내가 가격을 책임진다.
남의 농산물은 정보와 연결까지만 책임진다.
가격을 결정할 권한이 없는 거래의 결과까지 떠안지 않는다.
농사는 생산만 배우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시장도 배우고, 사람도 배우고,
무엇보다 내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를 배우는 일이다.
오늘 쪽파 거래는 성사 여부보다 그 경계를 알게 된 것이 더 큰 수확이었다.
2002년 서울에서 행원리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인영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