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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자유게시판
한경훈님의 프로필
제주제주 한경훈
해풍모래당근해풍쪽파종구·2026-06-01T04:37:24Z
어머니의 상실감, 그리고 행원로151의 시작

지난 시절, 아버지는 늘 수확철이 되면 농사를 중간상인에게 밭떼기로 넘기셨다.

나는 그것이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아들의 도리이기도 하다고 믿었다. 농사가 끝나면 마음이 홀가분했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그때의 나는 편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늘 그 방식을 못마땅해하셨다.

"왜 그렇게 넘겨버리느냐."

"우리가 직접 해봐야 하지 않느냐."

어머니의 불만은 해마다 반복되었다.

솔직히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농사는 끝났고 돈은 들어왔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서울 출장길 공항 계류장에 서서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어머니가 아쉬워했던 것은 돈이 아니었다.

매일 밭에 나가고, 바람을 맞고,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우는 일.

그 과정 속에는 단순한 노동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수확하고 판매하는 순간은 자신의 노동이 세상으로 나가는 순간이자, 삶의 가치를 확인받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농사가 통째로 넘어가 버리면 어머니는 그 과정에서 배제된다.

평생 땅을 지켜온 사람이 정작 마지막 순간에는 주인이 아닌 손님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가 내게 쏟아냈던 불만은 원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소외감이었고 상실감이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사람의 외로운 외침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방식을 따랐고, 그것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편안함 속에서 정작 어머니의 주도권을 보지 못했다.

뒤늦게 깨달은 미안함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다른 길을 생각한다.

생산자가 생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 판매, 이야기와 브랜드까지 함께 만들어 가는 길.

땀 흘린 사람이 자신의 가치와 가격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길.

그것이 경제적으로도 지속 가능하고, 사람으로서도 존중받는 길이라고 믿는다.

어쩌면 '행원로151'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개인적인 후회에서 시작된 작은 질문에 가깝다.

"왜 우리는 스스로 만든 가치를 스스로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과거 어머니의 손에서 놓쳐졌던 그 주도권.

이제는 다음 세대의 방식으로 다시 이어가고 싶다.

행원로151은 결국 사업이 아니라, 노동의 존엄과 생산자의 주체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다.
한경훈님의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작성글 사진한경훈님의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작성글 사진한경훈님의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작성글 사진한경훈님의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작성글 사진한경훈님의 자유주제 · 자유게시판 작성글 사진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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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님의 프로필
경기용인 안나
고추외야채나물과일양념류·2026-06-01T20:47:14Z
어쩜 인물도 눈만
보이지만(ㅎ)
엄마를 닮았을 눈에
인자함과 깊은 정을
느낍니다

어머니의 농민의
아내로서 평생을
보내셨을 지언데
내손으로 지은
결과물을 끝까지
지켜 못 보신다는게
마음이 늘 불편하고
슬프셨을법 합니다

그만큼 책임감과
따뜻함을 느낍니다
아드님 잘 두셔서
엄첨 뿌듯 하실겁니다

멋지십니다~!
개인교수님의 프로필
제주제주 개인교수
2026-06-01T05:17:44Z
한선생님! 잘 지내시지요?
전에 상가에서 뵜던 둔지봉밑에 독거인 입니다!^^
가슴을 울리는 사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아버지 어머니 장인 장모
올 전사하셔서 고아 입니다!
농사시작한지 딱 1년이 되어갑니다!
느낀점은 아~~~이거 상당히 어렵겠구나!
하는 점 입니다.
당근이며 여러가지 작물들이
세계화시장이 오픈되기시작하면
아무런 대책도 없겠구나 하고
초보이지만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그림이 쫘~~~악 그려지지만 더 이상 곤란한 이야기는 접겠습니다
1700평 그냥 혼자 농사(일꾼지원없이:인건비지출없이)지으며
지인들에게 봉사하고 도움을 받는것으로 작전을 전환해야겠습니다^^
목포에서 제주도 해저터널로
연결을 하지 않고서는 농산물을
배로 이동해서 비용을 과다지출하는것은 미래가 없어보입니다
당장은 유통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대전환의 변화가 있어야만
해결책이 하나둘 보일것 같네요!
하루하루 자라는 작물들을 바라보며 한선생님의 어머님의
애환이 전해져옴을 느낍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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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훈님의 프로필

제주제주 한경훈

농민·해풍모래당근해풍쪽파종구

2002년 서울에서 행원리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인영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배 중 면적

총 11,700평
당근
10,000평 (85%)
보리 · 보리(기타)
1,000평 (8%)
파 · 쪽파
700평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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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장모님에게 전화드렸다.)

나 : 쪽파밭 봐수꽈?

장모님 : 심어본양 아직 안가봐쪄....
2026-06-20T10:43:17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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