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어떻게 사는 것이 잘 늙어가는 것인지 고민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볼 때 추해보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쓰며 산다. 음식을 흘린다든지 하는 것은 그래도 봐줄 만하다. 추한 노인을 나타내는 ‘3척 2질 노인’ 증상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 자랑 질, 지적 질 노인이다. 반대로 나이 들어가면서도 더 멋지게 익어가는 노인이 있다. 나누고 베풀 줄 아는 노인, 친절하고 배려할 줄 아는 노인, 건강하고 깔끔한 노인이다.
추하게 늙어가는 노인의 첫 번째는 ‘잘난 척’ 노인인데, 모임에 가면 거의 70~80% 이야기를 독점한다. 너무 말이 많아서 나중에는 귀가 아플 지경이 된다. 잘난 척도 결국은 왕년의 레퍼토리가 반복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귀를 열어라(함구개이, 緘口開耳)는 말이 있듯이 자기의 얘기를 줄이고 상대방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에는 약간 변형되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두 번째는 ’아는 척‘ 노인인데, 가방끈 자랑은 물론이고 내가 이만큼 안다는 것을 만천하에 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 만나면 어디까지 배웠는지, 대학은 어디를 나왔는지 꼬치꼬치 캐묻는 버릇도 있다. 아는 척은 비단 노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젊은 사람 중에도 가끔은 아는 척 하는 사람이 있다. 외국 유학을 자랑하거나 대단한 학벌을 떠벌리는 것이다. 성숙하지 못한 배움이다. 세 번째는 ’있는 척‘ 노인인데, 주로 돈 자랑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은 쓰지는 않는다. 돈이 많다고 자랑만할 뿐이지, 돈을 쓸 줄도 모른다. 돈이 없는데 있는 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돈이 많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좋은 일에 쓸 줄도 알아야 멋진 노인이 된다.
네 번째는 입만 열면 ‘자랑 질’을 일삼는 노인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듯이 지위, 재산, 자식, 손주, 고위층과의 친분 등 과거를 떠들고 다닌다. 실제로 자랑할 만한 일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과장되고 부풀려진 채로 왕년의 화려한 모습을 반추하고 싶은 욕심에 벌어지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과거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자랑 질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을 존경하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오늘도 시작이구나"라는 정도에 그친다. 어떤 SNS에서는 자랑 질 하는 노인은 강퇴시키기도 한다. 다섯 번째는 ‘지적 질’ 노인인데, 다른 사람 일에 지적 질을 일삼는다. 이것저것 간섭하고, 남의 제사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스타일이다. 우리는 모두 자유인으로서 다른 사람 일에 간섭할 권리도 없고, 간섭받을 의무도 없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지적 질은 삼가야 한다.
멋지게 늙어가는 노인의 첫 번째는 나누고 베풀 줄 아는 노인이다. 지식이 있으면 지식과 지혜를 나누고, 돈이 있으면 좋은 일에 흔쾌히 동참하는 노인이다. 나누고 베푼다는 것은 세상살이에서 빛과 소금이 된다. 백만장자, 억만장자도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했다. 결국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베풀어준 것이 진정한 자기 것이 된다. 무엇이든 나누고 베푸는 삶이 아름다운 인생이고 멋진 노인의 모습이다. 두 번째는 친절하고 배려할 줄 아는 노인이다. 나이 먹었다고 대접만 받으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한다. 예의와 염치를 챙길 줄 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 세 번째는 건강하고 깔끔한 노인이다.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옷매무새는 깔끔하며, 계절에 맞게 옷을 입는다. 노인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고, 은은한 향기가 난다. 적당한 운동과 독서, 그리고 명상 등을 하면서 자신을 갈고닦는다. 멀리서 보더라도 멋진 아우라가 느껴진다. 고상하게 늙어가는 모습에서 도인다운 풍채가 보이기도 한다.
추한 노인으로 늙어갈 것인지, 멋진 노인으로 익어갈 것인지는 자신의 생각과 의지에 달려있다. 지금부터 옷 입는 연습도 하고, 멋진 몸매를 가꾸는 연습도 해야겠다. 샴푸와 비누도 냄새 좋은 것으로 바꾸고, 화장품도 좀 바르면 어떨까.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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