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재배하며 전기도 생산 ‘일석이조’
무주군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숙기 느리나, 생산량 큰영향 없어
패널이 폭염막는 ‘그늘막’ 역할도
발전으로 농가 소득증대에 보탬
2026년까지 다각도로 연구 진행
이종철 전북 무주군농업기술센터 기술연구과장이 사과나무 위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소개하고 있다.
전북 무주 무풍면 애플스토리 테마공원 내 사과단지 한쪽에는 이색 풍경이 펼쳐진다. 아직 잎도 나지 않아 휑한 사과나무들 위에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이 높게 설치돼 있다.
이 낯선 과원은 ‘영농형 태양광 재배모델 실증지원사업’ 현장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 패널을 일정 높이 이상으로 설치해, 상부에서는 전기를 생산하고 아래에서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발전방식이다. 주로 논에 설치된 사례가 많고 녹차·포도밭 등에서도 실증이 진행되어 왔는데 무주군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내 최초로 사과 과원에 적용했다.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햇빛이 충분치 않아 작물 생육에 지장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애플스토리 내 사과밭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도 언뜻 보면 사과나무 위에 마치 모자를 씌운 듯한 모습이어서 일조량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문제없다’는 게 무주군농업기술센터 측의 설명이다. 군농기센터가 2023년부터 이곳에서 실증시험을 한 결과 수확량이 관행농법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 좌우 4m, 앞뒤 4m 간격으로 설치해 사과나무 사이로 빛이 잘 들어오도록 하고 바닥에는 타이벡을 깔아 반사광까지 활용하고 있어서다.
이종철 군농기센터 기술연구과장은 “아무래도 태양광 패널이 없는 경우보다 햇빛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숙기가 10일 정도 더 필요해져 수확이 늦어지긴 했지만 생산량·착색·당도 등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폭염 등 이상기후로부터 사과나무를 보호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군농기센터 측은 설명한다. 극심한 온난화로 사과 숙기가 빨라지고 햇볕데임(일소)·열매터짐(열과) 피해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설이 사과나무의 적절한 ‘그늘막’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지난해의 경우 폭염으로 햇볕데임 피해가 많이 발생했는데 이곳에서는 태양광 패널이 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태양광모듈의 크기·배치를 조절해 적합한 일조량을 유지하면 농작물 생육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빛의 세기가 어느 점에 이르면 더이상 광합성 속도가 증가하지 않는 데다 패널이 여름철 지표면 온도 상승과 토양의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가 소득증대 측면에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사과 판매 소득과 함께 태양광 발전으로 인한 농외소득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스토리의 실증사업에는 사과나무 103그루(홍로 53주, 아리수 50주) 위에 태양광모듈을 96장 설치했는데 여기서 시간당 48㎾(킬로와트) 내외의 전기가 생산된다. 현재 이 전기는 테마공원 내 체험 전시관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에 군은 태양광 차광율에 따른 미세환경 조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품종마다 차광율 20%와 30% 구역을 나누고, 발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대조구역을 함께 운영해 각 조건별로 과원의 일사량과 일조량, 토양의 온도 등을 면밀히 비교 연구 중이다. 또한 태양광 설비가 꽃눈 형성 기상피해와 병해충 발생 등에 미치는 영향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과장은 “당장 경제성이나 상업성이 어느 정도인지 논하기엔 이르지만 농민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2026년까지 태양광모듈이 농작물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시험해 적정한 품종이나 차광율 등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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