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를 쑤었습니다.
어른들께서 안계시니까 생활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된장, 고추장을 그냥 주시는대로 덥썩 받아만 먹었습니다.
된장과 고추장이 그냥 만들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저희는 오래전부터 된장과 고추장을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한해 건너서 만들었습니다.
옛날 어르신들께서 동짓달에 메주를 만들어야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입동이 지나서 메주를 만들어야 맛있는 메주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다음주에 추위가 있다는 예보가 있어서 조금 이르게 메주를 쑤었습니다.
추울 때 메주를 쑤면 어설프거든요.
요즘은 건조기가 있어서 조금 일찍 메주를 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께서 관행으로 메주를 쑤셨는데 현대문명의 산물(건조기와 전기장판 물고추가는 기계)을 이용했더니 더욱 더 간편하더군요.
잘 말린 콩을 덜 익은 콩과 상한 콩을 골라내고 깨끗한 물로 씻어서 5시간 정도 물에 불립니다.
물에 불린 콩을 4시간 정도 메주콩 색이 약간 갈색이 날 때까지 처음엔 쎈불로 끓이다가 콩이 익으면 중불에 삶고 하나씩 먹어보면서 포근하게 삶아진 메주콩을 약한 불로 뜸을 들이고 스텐으로 된 소쿠리망에 부어 물을 빼고 광목으로 만든 포대에 넣고 끈으로 주둥이를 동여매서 지근지근 밟았더니 콩 알갱이가 8-90%는 깨지더군요.
이 때 콩물 맛은 달작지근합니다.
너무 아까워서 지난 봄에 담근 장독에 조금 부었습니다.
옛날에는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서 메주콩 몇 말을 한꺼번에 삶았습니다.
삶은 콩을 하나씩 집어 먹으면 고소했습니다.
골목에 연세드신 어르신께서 어디서 콩 삶는 냄새가 난다고 하시네요.
메주를 많이 쑤어보신 옛날 분들이라 메주콩 삶는 냄새를 금방 맡으시더군요.
먹거리가 없을 때라 메주콩 삶을 때 쪼그리고 앉아서 불을 지피면서 콩을 조금씩 집어 먹었습니다.
메주콩을 삶을 때 고구마를 같이 삶으면 콩물이 고구마를 가장 맛있게 삶아집니다.
고구마속이 노랗고 단맛이 훨씬 더합니다.
지금은 스텐으로 된 찜통이나 양은솥에 삶습니다.
희안하게도 바닥이 두꺼운 스텐으로 된 찜통은 메주콩이 바닥에 누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스텐보다 얇은 양은솥은 콩이 눌지 않는 답니다.
메주콩을 끓일 때 넘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 있더군요.
콩물이 넘치면 끈적거리고 솥주변이 지저분 하거든요.
메주콩을 삶을 때 된장끼를 조금하면 콩물이 넘치지 않습니다.
몇년 전에 물고추를 가는 기계에 가장 구멍이 큰 망을 씌워서 메주콩을 갈았는데도 콩 알갱이가 없이 죽같아서 간장 담글 때 많이 풀어지더군요.
작년에는 포대에 넣고 밟아서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메주를 많이 쑤기 때문에 기계에 갈아서 만들었습니다.
메주콩은 삶는 동안 내내 들여다봐야 합니다.
물이 너무 많으면 메주 맛이 없다는 어르신들 말씀도 있습니다.
그래서 찰박찰박하게 물을 넣고 삶아야 합니다.
끓어 넘을 때마다 뚜껑을 열고 거품을 걷어내기도 하고 나무 주걱으로 위아래로 수시로 저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닥에서 콩이 눌어 붙을 수도 있답니다.
가마솥에 장작불로 은근하게 메주콩을 삶아야 하는데 요즘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대형 가스밥솥에 메주콩을 삶다가 세말(24k)이나 많아서 삼발이에 올려서 끓이고 캠핑용 3k하는 가스솥에도 끓였습니다.
한꺼번에 다 삶아서 메주를 만들려고 당근에서 대형밥솥을 35,000원에 사와서 같이 끓였습니다.
얼마전에 당근에 대형가스밥솥이 나왔더군요.
그래서 당근에 확인했더니 밥솥이 있다고해서 사왔습니다.
당근을 조금 이용하는 편입니다.
가끔 당근을 보면 쓸만한 생필품이 아주 저렴하게 나옵니다.
커다란 양은솥과 화덕도 샀고 30k용 앉은뱅이 저울은 20,000원, 100k용 저울은 30,000원에 구입했는데 거의 새 것 수준입니다.
제가 갖고 싶었던 고추건조기를 당근에서 구입했고,
제 고추건조기를 당근에 팔기도 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가스밥솥이 15년이 넘게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작동이 잘 되더군요.
밥솥이 바닥이 워낙 두꺼워서 늘어 붙지도 않고 잘 삶아졌습니다.
50인분 밥을 하는 밥솥인데 정말 밥이 눌지도 않고 맛있는 밥이 만들어집니다.
쇠뼈나 쇠머리 씨래기 등을 삶을 때 그만입니다.
저희는 어머니께서 살아계실적에 해마다 아버지생신에 맞춰서 형제들 모임을 했습니다.
조카들까지 모이면 그 때도 30명이 넘을 때도 있어서 34평짜리 콘도를 4개씩 빌리기도 했습니다.
그 때 붕어를 한관사서 붕어찜을 하기도 했고 돼지족발을 삶아서 밥솥채 들고 갔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다음해에 코로나때문에 모임을 갖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편한 세상입니까?
옛날 어르신들께서는 다 삶은 메주콩을 확독이나 절구통에다 도굿대나 절구대로 콩을 의깨서 네모난 메주틀에 넣고 발로 밟아서 단단하게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잘 삶아진 콩이라 힘들지 않게 콩을 의깰 수 있습니다.
콩이 식으면 잘 의깨지지도 않고 메주 모양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메주콩이 식기 전에 의깨고 메주모양을 만들어야합니다.
메주콩이 80%정도만 의깨고,
20%정도는 콩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광목 포대기에 넣고 밟으니까 힘들지않고 콩이 잘 으깨졌습니다.
옛날 절구통에 빻는 메주콩과 흡사했습니다.
지난 장수장날에 구입한 손잡이가 있는 네모난 통에 면포를 깔고 으깨진 메주콩을 넣고 주먹으로 다지고 틀에 꽉차게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께서 메주를 만드셨던 넹소난 메주틀과 둥그런 누룩틀이 갈라져서 철사로 동여 매진채 사랑채 기둥에 매달려 있습니다.
틀에서 꺼내 쟁반위에 뒤집기를 몇차례 반복하여 치대면서 모양을 내면 각이 반듯하게 네모난 메주가 탄생합니다.
이렇게 많이 치대는 이유는 메주가 갈라지지않게하는 방법입니다.
메주가 갈라지면 그 틈새로 새까만 곰팡이가 생기더군요.
메주 갯수를 홀수로 만들어야 한다네요.
작년에랑 그래서 한개는 조약돌만하게 만들었습니다.
메주 하나를 쪼개서 홀수로 만들려다가 올해는 그냥 똑같은 크기로 20개를 만들었습니다.
짝수로 만들었다고 별일 있겠어요?
흔하게 어떤 경우를 메주 같다고 하지요?
메주가 어때서요!
노란 메주가 이쁘기만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메주색이 짙은색으로 변합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만든 메주를 새끼를 꼬아 엮어서 햇볕이 잘든 양지쪽 처마밑에 매달아서 말렸습니다.
이 때 덜 마른 메주에 지푸라기가 닿는 곳에 통풍이 잘 안되어서 까맣게 곰팡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지푸라기에서 유익한 바실러스균이 나와서 메주를 발효시키는 좋은 효소를 만든다고 합니다.
메주를 띄울 때 바닥에 깔아도 지푸라기효능은 있습니다.
곰팡이가 생긴 메주는 나중에 간장 담글 때 칼로 도려내야하고 깨끗하게 씻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메주를 이틀정도 식혀서 건조기에 지푸라기를 깔고 45도로 38시간을 배습을 하면서 말립니다.
상황에 따라서 시간은 건조기에 따라 조절하시면 됩니다.
밖에다 말릴 때보다 먼지도 안묻고 깨끗하게 말려집니다.
옛날에는 미세먼지가 없을 때라 밖에다 걸어서 말려도 괜찮았는데 요즘은 바깥 공기가 그렇지가 않습니다.
건조기에서 꺼낸 메주에서 청국장 뜨는 냄새가 나더군요.
곰팡이만 생기지 않은 정도로 수분이 빠지면 메주를 건조기에서 꺼내 깨끗하게 씻은 지푸라기로 새끼를 꼬아서 하우스 천장에 매달아면 햇볕도 쐬이고 바람도 쐬입니다.
혹시나 텃밭에 있는 하우스에 고양이나 쥐들이 손대지 못하게 높게 매달아야 하기에 알루미늄 사다리를 하우스대에 매달아서 메주를 매달게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하우스에 걸어 놓으면 따뜻한 공기와 비닐을 통과한 햇볕에 잘 마릅니다.
혹시 메주가 얼면 메주가 버글거립니다.
건조기에서 완전히 말리지 않아서 메주속이 마르면서 발효가 되기도 하거든요.
잘 말린 메주는 장담그기 보름전 쯤 다시 전기장판위에 낮은 온도로 지푸라기랑 솔잎을 깔고 메주를 놓고 메주위에 깨끗한 이불을 덮어서 띄울려고 합니다.
옛날 어른신들께서는 멱다리나 가마니에 솔가지와 지푸라기를 넣고 불을 지피는 방 아랫묵에 이불을 씌워서 띄웠습니다.
그 때 방에서 나는 메주 뜨는 퀘퀘한 냄새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코를 막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건조기와 전기장판을 이용해서 메주를 말리고 띄우니까 곰팡이도 없고 깨끗해서 간장 담글 때 쇠솔로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전문적으로 메주를 만든 곳에서는 황토방을 만들어서 누에 채반같이 차곡차곡 쌓아보일러로 따뜻하게 해서 띄우더군요.
이 때 메주 뜨는 냄새는 좋은 냄새는 아닙니다.
아시죠?
시큼한 메주 뜨는 냄새를요!
가끔씩 잘 못 말려서 메주가 상할수도 있습니다.
그 메주는 아깝지만 버려야 하거든요.
잘못 말린 메주나 속이 상한 메주는 자칫 된장에서 곯은 냄새가 날 수도 있습니다.
저희도 두번정도 된장을 2%가 부족하게 실패한 적도 있었습니다.
흔히 양파망에 메주를 매달아서 말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양파망안에 지푸라기가 닿는 자리에 까맣게 곰팡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잘 띄운 메주는 깨끗한 박스에 담았다가 설쇠고 이월 말(午)날에 간수가 다 빠진 소금물을 풀어서 간장을 담급니다.
2025년 내년에는 2월 6일(丙午)과 2월 18일(戊午)이 말날이네요.
2월 6일보다는 추위가 풀린 2월 18일이 나을듯 합니다.
메주콩은 작년에 10k에 45,000원정도로 구입했습니다.
올해는 대두값이 작년대비 인상된 것 같습니다.
아직 들판에 가을걷이 하느라 콩타작이 안 끝났더군요.
콩타작이 다 끝나면 값이 내려가지 않을까?싶습니다.
메주콩 한말로 메주를 만들면 16k정도되는 메주가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주가 로컬푸드에서 작년에 160,000원 정도하더군요.
메주를 만들기가 옛날 같이 그렇게 번거롭지가 않습니다.
아파트에서도 베란다에 빨래 건조기에 매달아서 메주를 말릴 수도 있습니다.
발효식품인 간장이나 된장은 오래 묵힐수록 진한 맛이 납니다.
일반 가정에서 메주 한말을 쑤어서 간장을 담근다면 3년 정도는 드실 수 있습니다.
아직 메주를 쑤어보시지 않은 가정에서는 반말이라도 한번 체험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꼭 메주를 쑤지 않아도 토막만한 메주 2-3개정도를 사서 항아리에 담으셔도 좋은 된장과 간장을 드실 수 있습니다.
저희 메주 만드는 긴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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