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운전할 때 항상 라디오를 틀고 다닙니다. 텃밭에서 일할 때도 늘 조끼 호주머니에 작은 라디오를 넣고 잡초도 뽑고 둘러보다보면 금새 한 두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천변을 산책할 때도 라디오는 늘 같이합니다. 제가 주로 청취하는 프로는 KBSFM 92.9를 주파수로 고정하고 있습니다. 이 주파수는 전주지역 주파수입니다. 요즘 자동차 라디오는 지역을 벗어날 때마다 자동으로 주파수를 설정해 준답니다. 그래서 멀리 운전을 하다보면 지역을 벗어날 때마다 주파수가 틀려서 찌지직하면서 라디오가 멈추기도 했는데 자동으로 설정을 해주니까 주파수를 마출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르는 다르지만 종일 구성진 노래와 흘러간 노래, 팝송도 들을 수 있는 방송입니다. 텃밭에서는 좋은 글귀나 생활의 지혜 또는 잊혀져가는 옛날 추억의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핸드폰 메모장에 제목만 메모를 합니다. 메모를 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 버릴 수 있으니까요? 나이들어 새벽시간에 눈을 뜨면 메모장에 메모했던 옛날 추억을 소환해 끄적거려 카톡에 메세지를 올리기도 합니다. 어느 시간에는 시사평론가가 나와서 정치, 경제, 사회, 체육, 문화 등 분야별로 알기쉽게 풀어서 전해주기도 합니다. 어느 시간은 영화평론가들이 나와서 요즘 극장가에 개봉한 영화를 소개하면서 별점 5개를 주는 영화는 아내와 같이 롯데시네마에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합니다. 경로우대와 카드포인트를 적용해서 절반에 가까운 가격에 시원한 냉방장치가 있고 푹신한 의자가 있는 영화관에서 두어시간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옛날 극장은 이 장마철에 곰팡이 냄새와 끈적거리고 찝찝한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시원하고 깨끗해서 재미있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아직도 팝콘과 콜라는 손이 가질 않네요. 젊은이들은 꼭 팝콘봉지와 음료를 들고 입장을 하거든요. 윤대통령 부부도 영화관람을 하면서 팝콘을 먹었다던데요~ 쬐끔 멎적고 이상스럽긴 하더군요. 영화 장르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씩 독립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2008년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인 "워낭 소리"를 기억하시죠? 워낭은 소 목덜미에 양쪽에 놋쇠로 만든 방울인데 저희 고향에서는 풍경(핑경)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소가 지나가면서 고개를 흔들면 딸랑딸랑 경쾌한 풍경소리가 납니다. 그러면 이 풍경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길을 비껴줍니다. 사찰에가면 네 귀퉁이에 풍경을 매달아서 바람결에 풍경소리가 들립니다. 고요하고 은은하죠. 경북 봉화 산골마을에 평생 농사를 지어왔던 노인부부와 수십 년간 피붙이처럼 지낸 일소와의 마지막 일상을 그린 영화였습니다. 그 당시 소는 논밭을 갈고 나무나 곡식도 실어나르는 농기구이면서 구루마에 노인을 태우고 다니는 유능한 자가용이기도 했다. 귀가 어두운 노인께서는 워낭소리는 쉽게 듣고 말못하는 소와 소통을 했다. 소풀을 먹일려고 농약을 하시지 않으셨다. 주위에서 소를 팔라고 헀을 때 "안 팔아"라는 말이 소를 가족같이 아끼셨던 할아버지의 마음이었습니다. 고인과 같이했던 소는 고인이 돌아가시기 3일전에 죽어서 묻어주었고 고인께서 생전 유언에 "소 옆에 묻어달라"고 하셨답니다. 따라서 소와 워낭공원 묘지에 두분이 나란히 묻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영화를 보고 연세드신 이모님께 보시라고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외할아버지 생각이 나서요. 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은 가슴을 메이게하는 영화였습니다. 2011년 KBS 인간극장에서 2014년 독립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로 유명했죠. 14살에 시집와서 60년 넘게 한결같은 부부의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장난기있는 할아버지와의 삶을 영화화한 것으로 보는 사람마다 눈물을 많이 흘리면서 감상한 영화였습니다. 혹시나해서 인터넷에 찾아봤더니 두분 다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독립다큐 영화가 마음에 가깝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오래전에는 액션영화나 무협영화를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범죄도시"를 시리즈로 봤는데 잔인함이 있어서 아내가 싫어하더군요. 오늘 어느 가요프로에서 구창모라는 가수가 1985년에 발표한 "희나리"라는 가요를 들려주더군요. 나이 지긋한 사람들한테는 귀에 익은 노래죠. 그 당시에 엄청난 소녀팬을 몰고 다녔던 구창모의 애틋한 노래 희나리를 오랫만에 들었습니다. "사랑함에 세심했던 나의 마음이 그렇게도 그대에겐 구속이었소~~"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입니다. "희나리"라는 말이 "덜 마른 장작"이라고 합니다. 희나리를 운전중이라 메모를 할 수 없어서 행여 잊어버릴까봐 몇번이나 되새겨 보았습니다. 고추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희나리라는 말이 익숙한 말입니다. 고추가 병이 들어 빨갛게 여물지 않고 고추를 말렸을 때 희끗희끗하게 익은 고추를 희나리라고 하거든요. 그런 희나리였는데 아직 "채마르지 않은 장작"이라는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나무토막을 잘라서 쌓아 놓으면 물기가 마르면서 가벼워지고 장작색깔도 희멀건하게 변합니다. 어찌보면 잘 익지 않은 고추색깔이나 덜 마른 장작색깔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홍고추를 따다보면 한쪽은 빨갛게 익었는데 반대쪽은 푸른색이 있기도 합니다. 멍든 고추라고도 합니다. 이런 고추는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 이틀정도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빨간색으로 익어진답니다. 그렇지않고 바로 말리면 녹색으로 된 고추는 색깔이 희멀건하게 희나리고추가 생깁니다. 고추를 딸 때 손으로 구부려보면 부러지지않는 고추를 따야 완전하게 익은 고추를 수확하기 때문에 고춧가루색깔도 아주 곱거든요. 멍든 고추와 덜익은 고추는 색깔도 맛도 2%가 부족한 고춧가루가 만들어집니다. 애써 키운 고추를 희나리가 생기지 않게 이틀을 숙성시키고 씻어서 햇볕에 물기를 말ㅈ려서 오늘 조금은 낮은 온도로 건조기에 넣었습니다. 하루를 더 말려도 낮은 온도로 말리면 고추 색깔이 더 나은 것 같더군요. 오늘도 날씨가 많이 무덥습니다. 새벽에 텃밭에 나갔는데 조금은 달라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계속되는 폭염경보와 잠못 이루는 열대야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피곤해하더군요. 여기에 코로나가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위에 건강관리를 잘하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