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시제를 모시는 날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멀리 있는 산소마다 제수음식을 짊어지고 가서 산신제를 모신 다음 묘사를 지냈습니다.
8대, 7대, 6대, 5대 조상님들 산소가 워낙 먼거리에 있어서 종중에서 네곳으로 나누어서 묘사를 지냈습니다.
제수음식도 종중에서 돌아가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일일이 제수음식을 장만하는데 참여하셔서 준비를 하셨습니다.
8대, 7대, 6대, 5대조상님들 산소 벌초도 종중에서 나누어서 벌초를 하기로 했습니다.
옛날 어르신들께서는 그 먼거리를 다니면서 낫으로 벌초를 하셨습니다.
너무 멀리 조상님 산소가 있어서 벌초도 시제를 모시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저희 산에 다 모셨습니다.
대신에 산소를 어찌나 넓게 조성하셨는지 벌초를 하는데 힘이 많이 든답니다.
거기다 산소마다 들레석으로 봉분을 만드셨고 석물을 다 해 놓으셔서 예초기로 벌초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답니다.
그래도 가까운데로 모셔서 벌초를 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죠.
그런데 그 종중 어르신들께서 돌아가시고 후손들이 객지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한두해는 내려와서 벌초를 하였습니다.
그러더니 어느날 나몰라라하면서 벌초는 물론이고 시제에 제 형제와 사촌들 말고는 종중에서 한명도 참석을 하지않게 되더군요.
저희 조부모님 산소와 어머니 산소를 갈려면 8대와 7대산소를 지나야합니다.
어떻합니까?
저희가 도맡아서 벌초를 한지가 거의 15년가깝게 된 것 같습니다.
조금 떨어진 6대는 다른 지역에 겨셔서 모르겠고 8대와 7대를 매년 벌초를 하게 되었습니다.
5대는 제가 맡아서 했었습니다.
시제를 모시는데 어느날부터 제수음식를 저희가 준비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도 안해서 저희가 하게 된 것이 이제는 오롯이 저희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 집앞에 있는 별채를 제각으로 만들어 그곳에서 시제를 모시게되었습니다.
어차피 저희 형제와 사촌들만 참석하는 시졔가 되었습니다.
저는 사촌형제들한테 직장에서 일부러 휴가나 연차를 써서 참석하지는 말고 시간이되는 형제들만 성묘도 할겸 다녀가라고 했습니다.
어제도 사촌형제들이 참석했습니다.
오전에 일찍 내려와서 산소에 성묘도 하고, 잡초도 뽑고 집이 비어 있어서 지저분하기도 했는데 마당 청소도 했습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아버지도 뵈러 다녀왔습니다.
저희 증조모, 조모, 어머니 세분을 기리는 3대효묘원이 있는데 지저분한 나무는 베어내고 빗자루로 쓸고 깨끗하게 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께서 지나가시다가 저렇게 형제들이 모여서 시제를 모시고 형제들 단합이 잘된다고 칭찬을 하시더군요.
아내가 오랫만에 보는 사촌동생들이라고 음식을 제법 많이 준비를 했습니다.
시제음식보다 시제에 참석한 사람들 먹거리가 더 신경쓰여지지요.
며칠전에 몇년전에 산에서 캐다가 밭에 심은 취나물을 뜯어서 아껴두었다가 취나물도 묻혀서 봄철에 가장 맛있는 취나물도 내놓더군요.
멀리서 시제에 참석한 형제들한테 시제를 모시고 한말 맞춘 떡과 전, 과일, 밑반찬을 듬뿍싸주고 방금 찧은 세(稅)로 받아 놓은 쌀 20k들이 쌀 한포대씩을 들려보냈습니다.
제수준비하느라 애썼다고 즈네 형수한테 붕투를 주기도 하더군요.
식사를 마치자 이제 환갑이 지난 동생들이 마당에서 한명은 세제를 풀어서 문지르고 또 한동생은 깨끗한 물에 그릇을 헹구고 또 한동생은 그릇을 날라다가 그릇에 내년에나 쓸것이라 물기를 깨끗하게 닦아서 찬장에 넣더군요.
제기는 습기가 없도록 마른 행주로 더 깨끗하게 닦았습니다.
동생들도 이젠 다들 할아버지이고 환갑이 지난 동생들이 설겆이도하고 제사상을 치우는 모습을 보고 올라오는 길에 아내가 저한테 내년에는 음식을 좀더 푸짐하게 많이해서 싸서 보내야겠다고 하더군요.
제사나 시제가 조상님들 찾아 뵙는 것 보다는 형제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담소도 하고 웃어른신들 이야기도 하면서 같이 보내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 한사람의 희생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일을 돌아가면서 해야하는데 하다보면 맨날 하는 사람만 하게 되더군요.
앞으로 제사나 시제를 꼭 모셔야할까요?
얼마나 가겠습니까?
제 자식들한테 제사나 시제를 대물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침에 저희 사촌들 단톡방에 시제 이야기를 올렸고 어제 시제에 참석한 형제들한테 애썼고 고맙다고 전화를 다 했습니다.
어제 제수를 준비한 아내한테 더 고맙고 흐믓한 마음에 저희 형제들 칭찬을 하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내년에도 어제 참석한 형제들은 시제에 꼭 참석하리라 믿습니다.
아마 꼭 참석할껍니다~
내년에는 좀더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더 좋은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제 한낮 기온은 초여름 같았습니다.
그래도 조석으론 제법 쌀쌀합니다.
역시 계절은 음력을 따라가나봅니다.
올해는 윤달이 6월에 있습니다.
7월 25일부터 8월 22일까지 29일간 음력 6월이 한달 더 있답니다.
농사는 날씨가 매우 중요하는데 요즘 날씨가 6월 윤달이 있어서 조금 늦게 농사일하는데 적당한 날씨가 늦게 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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