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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홍천고춘석
띨띨이농부·
[농부의 아버지]
우리의 아버지는 주님이 아니십니다.
나의 아버지는 선량한 농부십니다.
구십이 낼모래인 아버지는 체구도 왜소하시고 등도 90도로 굽으셨습니다.
귀가 잘 안들리셔서 보청기 신세를 지시고,
눈도 어두우셔서 돋보기를 쓰십니다.
종아리는 새다리에 관절은 노화되어 걷기가 불편하십니다.
손톱은 닳아서 무뎌지시고
손바닥은 닭발보다 더 험하십니다.
오늘도 흙냄새에 취하셔서
하루 종일 밭에서 사십니다.
아버지에겐 쉬시는 시간이 없습니다.
동트면 나가셔서 해가 져야 들어 오십니다.
평생을 지게와 호미, 낫을 벗삼아 살아오신 분입니다.
땅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십니다.
한톨이라도 더해 자식들 입에 넣어 주시려 땀을 흘리셔서 아버님의 등은 항상 소금밭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밭가에 키 큰 나무와 화초를 싫어하십니다.
농작물 성장에 지장이 있고, 돈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담배연기와 술자리를 아주 싫어 하십니다.
건강에 백해무익 하다고 하십니다.
아버지는 고기 반찬도 좋아 하시지만 된장국에 제철 채소를 즐기십니다.
아버지는 테레비도 아침마당, 전국노래자랑,
저녁9시 뉴스만 보십니다.
아버지 지갑은 잘 안열립니다.
동생들이 와서 용돈 드린 다음날은 오토바이 타시고
농협으로 저금하러 가십니다.
우리의 아버지는 화전밭 일구시고
허리띠 졸라매고
우리 8남매를
키우셨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버지는
너무 가엽고 초라해 보입니다.
어머님이 저 세상으로 먼저 가시고 홀로 되셔서 많이 외로워 보이십니다.
아버지의 외로운 노년이 내 책임이란걸 잘 압니다.
잘 모셔야 한다고 혼자의 다짐과 결심의 시간입니다.
오늘도 아버지는
노랑 모자에
노란 조끼를 입으시고 돈벌러 가셨습니다.
Farmmo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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