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걸어야 할 길이라면..
왜 산길을 걷다가
마주 오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사람들이 그러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가면 돼요.
하지만 정작 걸어보면
그 조금이 한 시간도 되고
한나절도 되지요.
젊었을 땐
그런 식으로 가르쳐 주는 게
답답했는데,
나이를 조금 더 먹으니까 그게
참 지혜로운 말 같군요.
멀든 가깝든
그곳을 물은 사람에겐
그곳이 목적지일 테니,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걷는게 차라리,
까마득하다고
지레 가위 눌려
옴짝달싹 못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걸어야 할 길이라면
희망을 가지고
걸으라는 마음이었겠죠.
-이혜경의 '젖은 골짜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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