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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진주최순
우리들 이야기 =28
숙종시대 가난한집 웃음소리

숙종은 땅거미가 내리면 허름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호위무사도 없이
몰래 궁궐을 빠져나가 여기저기 쏘다니며
백성들이 살아가는 걸 두눈으로 직접 보고
두귀로 직접 들었다. 

주막에 들러 대포 한잔 마시고 짠지 한점으로
입을 다시며 임금 욕하는 소리도 귀담아들었다. 
세상 민심이 흉흉했다. 

설상가상 역병이 돌아 민심은 더더욱 어두웠다. 

작년 농사가 가뭄과 홍수로 예년에 없던 흉년이라
백성들의 보릿고개 넘어가는 신음소리가 애간장을 끓게 했다. 

이 골목 저 거리 발길 닿는 곳마다 한숨소리뿐이라
숙종의 마음이 천근만근인데 어디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저 소리 들어본 지 얼마만인가? 저 웃음소리!”

숙종은 깜깜한 부암동 골목길을 비틀거리며 넘어지며
웃음소리 따라서 허겁지겁 올랐다. 

서너칸 초가집들이 띄엄띄엄 있는 골목 끝자락에
웃음이 흘러나오는 집안을 들여다봤더니
아무리 훑어봐도 웃음이 나올 이유가 없었다. 

관솔불을 밝혀놓은 헛간에서 이집 주인인 듯한 남자는 짚신을 삼고,
아이들은 짚을 다듬고, 아이들 할아버지는 가위로 짚신을 다듬었다.

할머니는 관솔불 아래서 바느질을 하고 안주인은 쟁반에 쑥떡을 담아왔다. 

허허허 호호호 킬킬킬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숙종은 그 집 마당으로 들어가 ‘똑똑똑’ 헛간 문고리를 두드렸다.

“이 야심한 밤에 누가 찾아왔나?” 

헛간 문이 열렸다.

“지나가던 과객이요, 목이 말라 염치 불구하고 들어왔습니다” 

영감님이 숙종을 보더니 
“누추하지만 이리 앉으시오” 하며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내어줬다.

숙종의 무릎이 흙투성인 걸 보고 말했다.

“올라오는 골목길에 올봄 얼었던 흙이 녹아 계단이 허물어졌는데, 
일손이 모자라 손쓸 틈이 없어 저 모양입니다. 
넘어진 모양인데 다치신 데는 없으신지요?” 

숙종이 웃으며 “괜찮습니다” 하자
며느리가 물 한사발과 쑥떡 세개를 쟁반에 얹어왔다. 
부암동 골목을 돌면서 배가 꺼진 숙종은 쑥떡을 정신없이 먹었다. 
보릿가루 쑥떡이었다. 마지막 쑥떡을 먹다가 반쪽을 조끼 호주머니에 넣었다.

“온 나라가 한숨 소리뿐인데 귀댁은 무슨 경사가 있어
집안에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소이까?” 

짚신을 삼던 이집 가장이 소피를 보고 오다가 입을 열었다.

“큰 경사는 없지만 큰 걱정거리도 없소이다” 

숙종이 물었다.

“짚신 팔아 호구지책으로 삼으니 궁핍이 쌓인 게
소인 눈에도 보이는데 걱정이 없다니요?”

“지난 세번 장날마다 비가 와서 짚신을 못 팔아 저렇게 쌓여 있습니다만
비가 그치면 또 팔러 나갈 겁니다” 

그는 물 한사발을 마시고 또 다시 짚신을 삼으며 말했다. 

“짚신 못 파는 게 문제겠어요. 어디, 비가 와야지요. 
농사꾼들이 학수고대하는 단비잖아요”

“마음 씀씀이가 부자이십니다. 허허” 

숙종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나는 진짜 부자예요. 
빚 갚으며 저축하며 살아가니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짚을 다듬던 아이들이 까닥까닥 조는 걸 보고 숙종이 일어섰다.
밤이슬을 맞으며 궁궐로 돌아온 숙종이 주방 상궁을 불렀다. 
잠자던 주방 상궁이 놀라서 어전에 꿇어앉자
조끼 주머니에서 꼬들꼬들 말라붙은 보릿가루 쑥떡을 꺼내 말했다.

“당장 이 떡을 만들어 올리렷다.” 

주방 상궁이 
“전하 이 보릿가루 쑥떡은 드시지 못합니다” 하자

임금이 노해 말했다. 
“먹고 안 먹고는 짐이 정할 일이로다.” 

주방 상궁은 부랴부랴 보리쌀을 구해와 절구에 빻고
주방 궁녀들은 자다가 일어나 초롱불을 들고 궁궐을 돌며 쑥을 뜯어
보릿가루와 섞어 찐 후 절구질을 했다. 
그 사이 숙종은 안주를 곁들여 약주를 했다. 
주방 상궁이 보리쑥떡을 해왔을 때는 닭이 울었다. 
보리쑥떡을 한입 먹어보고는 상을 물렸다. 
숙종은 잠이 오지 않았다. “빚 갚으며 저축하며…” 
그 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이튿날 아침, 한 떼거리 일꾼들이 소달구지에 돌을 싣고 와
부암동 짚신장수 집으로 오르는 골목길에 돌계단을 놓았다.
밤이 되자 어젯밤에 왔던 그 허름한 나그네가 다시 나타났다. 
짚신장수가 일손을 놓고 벌떡 일어나 숙종의 두손을 잡으며 말했다.

“어젯밤 귀인께서 다녀가신 후 오늘 아침 골목길이 저렇게 변했습니다요.” 

숙종이 허허 웃으며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요.” 
시침을 뚝 뗐다. 

“어젯밤에 궁금해서 잠을 못 잤습니다요” 
짚신장수가 
“뭐가 그리 궁금했습니까요?” 묻자

숙종이 답했다. 
“빚 갚으며 저축하고 산다니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밤새도록 생각했지요.” 

컬컬컬∼ 짚신장수가 목을 젖히며 웃더니 말했다.

“제 부모님이 저를 낳으시고 키워주셨으니 제가 빚을 졌잖아요. 

정성껏 봉양하니 빚을 갚는 것이고, 
제가 또 자식을 낳아 잘 키우고 있으니 저축을 하는 거잖아요.” 

숙종이 크게 웃었다. 
“여봐라∼ 상을 올려라” 

숙종이 소리치자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주방 상궁이
지게에 바리바리 지고 온 평복 차림 군졸들의 지게에서 고리짝을 내려놓았다. 

갈비찜에, 약밥에, 수정과 한독, 그리고 돈 천냥. 
짚신장수 일가족은 끝까지 임금인 줄 몰랐다.
인천연수가인 5362
답변 고수
주말농부 10년차·
가정이 평온한 시기에는 그것이 행복이였다는걸 까맣게 모르고 산답니다 허나 누가 다친다든지 병이나고 빚을 지게되어 고생을 해봐야 그때가 행복한 시절이였다는걸 알게되는것이지요
경남진주최순
오늘은 ㅋ 숙종임금님 역사공부에 빠져 ㅋ
숙종임금님 시대때 참 살기 좋으셨다고 합니다 민심을 잘 살피시고 미행하시다 부족한부분을 개선하시고 ㅋ
경남진주최순
아 전 지금 행복합니다
소원이 있다면 ㅋ 비밀입니다 ㅋ
경북영천복숭아
참그말씀이다맟는말입니다우린많이잊고삶니다
전북정읍조희후
비밀 알고싶어요 ㅋㅋㅋ
경남진주최순
비밀은요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ㅋ
충남당진서연
조합원 가입하려니 영농회장님싸인받으라네요.
경남진주최순
농협에서 영농회장님 전번 가르쳐 달라고 하시져
아참 갑질 같은생각이
조합원 되려면 농협마다 다 다르거든요
통장에 1억이상 있어야 조합원 되는곳도 있답니다
강원강릉보람농장
귀농 3년차 초보농부·
통장에 일억...? 조합원 되는데 출자를 1억 하라면 도데체 시골에서 누가 얼마나 가입할까요. 거의 없을것 같은데요.
그럼 1년 배당금은 도대체 얼마나 나오는지요.
은행이 도산해도 최대 5천만원만 보장이 되는데 너무 과합니다.
설마 떠도는 소리겠죠.
경남진주최순
진주시 농협입니다
조합원 되기 엄청 까다롭고 힘들답니다
충남당진서연
시골에 영농회장님이란직책이따로있나요?
경남진주최순
그니까요 전 처음 들어봐요
경북청도이종한
경북 행복1호마을 ·
보편적으로 마을이장님이 영농회장직을 겸하고있어요
충남천안이평우
에효 농사지어야 답없다·
마을의 대표자를 면사무소 에서는 이장이라고 부르고 농협에서는 영농회장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시골에서는 거의가 다
조합원이기 때문에 이장과
영농회장을 겸하고 있는데
간혹 도회지에서는
조합원이 아닌 사람이
있기때문에 이장(통장)과
영농회장을 따로뽑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남진주최순
감사합니다
작가는 아닌데
저에글이 여기저기
마니 돌아다님니다
경기가평가평규남터밭농사
참가슴에다는 글이군요
요즘은 세상이 너무나박계모르고 사람이 옆에 서 죽어가도 뒤로돌아보지도 안고 나만 살아야 돼다는 생가박계없 이시에 나라 임그이 시골 마을에 한번 돌보면 어덕했 델까요
글참 가명깊계 일거읍니다
경기시흥김종원목사
귀농7년차 목회자·
참으로 부족한 저희들의 삶을 뒤돌아 봅니다^~^~♡
경남김해진례강여사
역시 진짜리더는 다른것같아요
현제 대한의리더께서도 저런분이라면.......
경기가평유창준
대통령 이하 의원님들 숙종임금님 본받아 못살고 구석진곳 찾아 돌봐주세요 특히 집없고 월세방 사시는분요
경북포항주윤발이
과일나무 키우면서 살자·
남의 선행을 보고 듣는것은 아주 쉬우나, 그걸 내가 행하기는 정말 어렵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어렵고 또 어렵다. 그래서 선각자를 존경하고 추앙해야 하는 법이다.
대구수성고추8572
마음깊이새겨야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옆돌아볼새도없이 앞만보고 달려가는데 이렇게좋은글 올려주시니 정말감사합니다. 모쪼록 팜모닝 가족들 건강하세요.
경북청송다나농원 이진우
귀농4년차 사과고추농부·
좋은글 감사합니다
참 인상깊네요
마음부자가 최고부자네요^^
강원영월주필남
답변 고수
하루하루가최선의행복·
뜻깊은 역사의 숙종임금님 마음을 생각하면서 좋은꿈꾸세요~~
오늘밤 숙종님은 팜가족이십니다~
최순임금님께서는 어머님께서 주무셔야 되실텐데~
좋은글읽게 해주셔서
😊 🙏 😊 🙏 ^^~~
경남거창김중근
2년차 주말 농부·
나도 저런임금 한번 해보고 싶네 ᆢ빛없고 배 안굶고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사는게 좋은데 지금은 작태는 전부 쩐이 일번이고 ᆢ없는 서민 살기가 더 힘들고 애고 ᆢ
전북익산토마토아부지
요즘이렇게정치를해야하는데쓰잘때기없는오기정치똥고집정치는몽둥이가약이로이다
경북구미선영~~
농사공부 만점자
농사초보 인생도 초보·
행복이 별거있나요 이러고 사는게 행복이죠😊😊😊
경북경주우종만
가난해도 마음은 부자네요 감사합니다
대구수성박기식
좋은글항상감사합니다하루피곤이싸라짐니다
강원강릉보람농장
귀농 3년차 초보농부·
최순님은 정말 부지런하신가 봅니다.
많은 댓글과 재미난 이야기까지 아시는 것도 많고 센스도 있으시고요.
재미난 역사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자고로 가정에서도 가족간에 화목해야 집안이 잘 풀리고, 나라도 백성의 마음이 편안해야 모든게 잘 되는 것입니다. TV만 틀면 상대방 욕하고 비방하는 소리에, 범죄소식에 보기가 싫어져저 이젠 아예 뉴스를 보지 않습니다. 국민은 통일이 안돼더라도 전쟁위험이 없는 나라를 원하고, 조금 배 고프더라도 스트레스 없는 삶을 원합니다. 기득권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백성들이 가슴조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의사들의 파업에 환자들이 노심초사하고, 대기업 연구원들이 자기를 먹여 살리던 기업의 기밀을 빼돌려 중국에 팔아먹고, 방위산업 장비 만들라고 국민들 혈세모아 주니까 그걸 빼돌려 지 배 채우고 자빠졌으니 이게 제대로 돌아가는 겁니까.
그런 사람들이 농민수당 몇십만원 받겠다고 아우성치는 농민들보다 정말 먹고살기 힘들어 그럴까요.
농민들에게는 년봉 3700만원도 많다고 수당, 직불금 다 제외하는데 년봉 수억, 수십억씩 받는 사람들이 모범은 보이지 못할망정 이러시면 안됩니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집 사기를 포기하는 3포시대가 된 것입니다.
나이먹은 사람, 좀더 가진사람, 많이 배운사람,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만 욕심을 버리면 나라와 국민들의 형편이 좋아지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경남진주부유단감11776
귀감되는 글입니다
숙종 시대에는 없이살아도
서로서로 챙기는 가족애가
있었는데 요즘은 넉넉해도
자신만 아는 시대로 변해가는게 아쉽네요 ㅠ
강원삼척박서준
농사도긍정적으로·
매일매일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강원고성최선자
귀농8년소작여성농부니다·
어머니 모시면서 이렇게 좋은글 올려줘 잘 읽고 갑니다 순님씨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 하세요
전남함평이영철,전남건설중기
애플수박애호박,포크레인·
행복은 멀리서 찾는것이 아니라 항상,우리곁에 있는게 아닌가싶어 다시한번 깨닫게됩니다.
경남의령임묘악
존글기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충남금산우영옥
6년차 옥수수언니·
현재 나의생활에 만족하며 살기가 진짜 힘들지요 파랑새는 멀리 있는것이 아니고 항상 내옆에 있건만 그걸 알아채지못하고 먼산만 바라보다 후회가득한 삶을 살아가는게 우리 인간들~~하루하루 소중히 여기며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전북임실최정애
좋은글 감사합니다
충남논산들깨8664
삶 은 마음먹기에달린것같아요
울산북구이영선
꽃을보며 나를보다·
잊고살았던 역사공부 참재미나게 잘읽었읍니다 조상님에 지혜 다시 배우고 긍정의 힘으로 살아야 겠죠 감사 합니다 ~^^~
전북군산신장섭
최순님글 감명깊네요..! 현실은 요지경 입니다만..! 살아온 날이 남은날보다 더많은 사람이 앞으로
커나갈 세대를 위한 금석지계를
후손들의 귀감될 촌철살인의
명담을 달아주시면 하고 촌로의 당부를 적어봅니다! 샬롬!
경북구미정경수
이러한 정치인들이 많아야 하는데!!!
울산울주영이
취미농부·
저도 뒤돌아보니 울진살때가. 그리워요 우리아이들이 어렸는데 그때가행복했던
시절이었던것같아요. 지금은 책임? 의무가 저한테 무겁습니다
전남장성이현수
퇴직후 행복한귀촌 ·
오늘날 세상살아가는 우리가 이렇게 조금 여유를가지면 얼마나 좋을가요 모두가 행복한 세상 만들어요
전북완주삼례텃밭지기
마음이 찡하네요.
이런 지도자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전북고창조미숙
본격 내농사 4년차~·
좋은글 읽고 갑니다~
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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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이야기 =40 숙조때 며느리머리 삭발한이유가 어진 정사를 펼친 숙종때 이야기다. 선비들은 글을 읽고 백성들은 잘 교화 되어 모두 맡은 바 소임에 힘을 쓰니 나라가 평안하고 인심은 후하였다.    어느 날 숙종은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둘러보기 위해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몰래 도성을 순시하였다. 숙종이 도성을 둘러보다가 어느 골목길로 들어서니 문득 창문에 불이 환하게 밝혀진 민가 한 채가 눈에 띄었다. 마침 창문이 열려 있어 방안을 들여다보던 임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방안에는 머리가 허연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 앞에 술과 안주가 놓여 있었다.그런데 노인은 술과 안주를 먹지 않고 두 손으로 낯을 가린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더욱 이상한 것은 노인 앞에 있는 젊은 사내와 머리를 깎은 비구니였다. 사내는 상복을 입은 채 노인 앞에 앉아 흥겹게 손뼉을 치며 만수가(萬壽歌)를 부르고, 비구니는 그 노랫 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숙종이 뒤를 따르던 신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방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냐?” 그러나 시종들도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 속 시원하게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숙종은 무슨 곡절이 있음을 눈치 채고 사립문 앞으로 다가가 주인장을 불렀다. 이윽고 노인이 달려 나와 사립문을 열자 숙종이 말했다. “나는 지나가는 길손인데, 방안에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려 무슨 영문 인가 싶어 잠시 들렀소.”    노인은 곧 손님임을 알아차리고 숙종을 방안으로 모셨다. “다행히 음식과 술이 있으니 한 잔 드시고 가시지요.”노인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선 숙종이 물었다. “무슨 이유로 노인은 울고, 상주는 노래하며, 여승은 춤을 춥니까?” 그러자 노인은 금세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가난하게 살았으나 자손에게는 늘 충효를 가르쳤습니다. 1년전 저의 늙은 처가 병으로 죽었습니다. 그래서 이 늙은이는 아들과 며느리에 의지해 살고 있습니다.아들은 늘 글을 읽고,효성스런 며느리는 베를 짜서 살림에 보태고 있습니다.”    “그럼, 상복을 입은 사람과 머리를 깎은 여승이 아들 내외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럼 며느리는 왜 머리를 깎았소?” “들어보십시오. 사실 오늘은 이 늙은이의 회갑 날입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잔칫상을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자식과 며느리는 이 때문에 가슴이 미어졌던 게지요.그래서 아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 음식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그러자 며느리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지요. 아들은 선비인데 머리를 깎으면 사대부들의 놀림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훼손 하지 않는 것을 효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며느리는 아녀자인 자신이 머리카락을 잘라 이렇게 술상을 마련한 것입니다.이 늙은이가 죽지 않고 자식에게 얹혀사는 것도 안타까운데, 집안이 가난하여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자식 내외의 용모까지 헐어 술상을 받으니 이렇게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은 이 못난 늙은이를 위해 만수를 기리는 노래를 부르고, 머리를 깎은 며느리는 춤을 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노인의 말을 듣고 숙종은 가슴이 뭉클했다.임금은 아들 내외를 도와줄 방법을 생각하다가 가만히 그 아들에게 말했다. “그대는 얼마나 글을 읽었는가?” “아직 부족하오나 대개 선비들이 공부하는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 “반드시 그대의 효성에 대한 하늘의 보답이 있을 것이네. 어머님의 상례를 마칠 즈음 아마도 나라에서 과거가 있을 것이네. 반드시 과거에 응하게, 아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네.”    이윽고 세월이 흘러 아들은 상복을 벗었다. 마침 나라에서 과거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아들은 과거 시험에 응했다.그때 숙종은 몸소 과장(科場)에 나와 손수 시제(試題)를 냈다.아들은 시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상가승무노인곡(喪歌僧舞老人哭).' 즉 상주는 노래하고, 여승은 춤추며, 노인은 운다는 뜻이었다. 아들이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니 시제를 낸 사람은 오래 전 자신의 집을 찾아왔던 사람이었다. 그는 곧 곁에 서 있던 시관(試官)에게 물었다. “저분이 누구십니까?”그러자 시관이 눈을 부라리며 “어서 머리를 조아리지 못할까! 바로 성상(聖上)이시다.”    그제야 아들은 자신의 집을 찾아왔던 사람이 임금님임을 알았다. 그는 단숨에 시를 써서 제출했다. 이후 임금은 그 시를 보고 곧 합격시켰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부모에게 자식된 도리를 다 하려는 마음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보면 상상할 수 없는 패륜적인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 진심으로 나의 도리를 다하고, 해원상생(解寃相生) 보은상생(報恩相生)의 윤리를 실천해 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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