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2월 초하루는 영동할매가 내려왔다가 세상을 두루 돌아보고 2월 20경에 올라간다는 음력 2월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바람이 많은 달이기도 합니다. 영동이란? 靈(영묘할 영) 動(움직일 동) 영(靈)적인 힘이 동쪽에서 일어나서 온다. 그래서 영동할매는 바람과 비를 몰고 오는 신이라 했습니다. 이 때 영동할매가 딸을 데리고 오면 너그러운 날이라 바람만 불고, 며느리를 데리고 오면 성질을 자주내 비와 바람이 같이 온다고 해서 예전부터 딸을 며느리보다 더 좋아했나 봅니다. 그래도 비와 바람이 같이오면 그해는 풍년을 기약할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맘 때 보리고랑에 파란 새싹을 시샘이나 하듯이 진눈개비가 내려 꽃샘추위가 있기도 합니다. 또 이날은 머슴날이라고도 했습니다. 옛날엔 1년동안 새경을 받고 고용되어 농사일을 도와주는 사람을 머슴이라 불렀습니다. 상머슴은 90k들이 백미 15가마니를 작은머슴은 10가마니를 새경으로 받고 한해동안 사랑방에서 지내면서 집안일과 농사일을 맡아서 했습니다. 가을일이 끝나면 겨우내 군불을 지필 수 있는 나무를 하고, 사랑방에서 멍석과 가마니, 산태미 등 농기구를 만들었습니다. 저희집 사랑방에는 동네 머슴들 여러명이 모여서 화투로 두부내기도 하면서 기나긴 겨울밤을 같이 지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때 쌀가마니는 볏짚으로 짠 가마니 기억나시나요? 마대포대가 나오기전까지는 지푸라기로 가마니틀에서 짜낸 가마니를 사용했습니다. 가마니에 대나무를 찔러 넣어서 쌀을 한웅큼 빼먹기도 했습니다. 대나무 끝을 사선으로 뾰쪽하게 만들어서 가마니를 찔러 쌀을 빼고 가마니를 위아래로 당기면 구멍이 메꾸어지는데 이것을 삿대라고 했습니다. 저희 고향에서 서울까지 쌀 한가마니를 철도 수화물로 부치면 지푸라기로 만든 가마니라서 새끼로 꿰맨 사이로 쌀이 흘러나오기도 하고 쥐가 먹기도해서 가마니가 홀쭉 했다고도 했습니다. 90k들이 쌀가마니를 재는 저울은 커다란 막대저울로 달았습니다. 가마니를 저울 갈쿠리에 끼우고, 큰 막대를 양쪽에서 들어 올리면 저울추를 근대에 맞춥니다. 저울추가 올라가면 덜어내고, 저울추가 내려가면 바가지로 더 퍼넣어서 추를 수평되게 맞추는 저울입니다. 동네마다 1개씩 있어서 사용하고나면 바로 마을회관에 같다 놓았습니다. 물론 방앗간에서 앉은뱅이 저울로 달아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농사를 많이 지은 부자집에선 두명의 머슴을 고용했습니다. 지난 가을걷이를 마치고 여유롭게 겨울을 보내다가 서서히 농사일을 시작할 때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머슴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하루를 쉬게 하는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날이 지나면 농사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머슴들은 "썩은 새끼줄에 목을 맨다"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영동할매가 오는 날은 쑥떡을 해 먹었습니다. 마당에서 떡메로 떡을 치고, 콩고물은 볶은 콩을 절구통에 넣고 빻아서 가는 채로 걸러서 만들었습니다. 냉장시설이 없던때라 둥그렇게 만들어서 살짝 말렸다가 조금씩 뜯어서 콩고물에 버물러서 먹기도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쑥을 뜯어서 새끼줄로 묶어서 말렸습니다. 그래서 쑥인절미가 쓴맛도 있고 쑥색깔도 까맣고 질겼습니다. 지금은 소다를 넣고 삶아서 냉동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하니까 쓴맛도 질기지도 않고 쑥인절미 색깔도 얼마나 이쁩니까? 또 콩을 볶아서 콩주머니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날은 산에가서 빨간 황토흙을 퍼와서 대문밖에 양쪽으로 한웅큼씩 10여군데에 놓기도 했습니다. 사립문 양쪽에는 대나무 가지를 꺽어다 꽂아 놓았습니다. 아마도 잡귀를 쫒아낸다는 속설이었겠죠? 또 지난 겨우내 날렸던 연을 정지에 있는 살강에 한쪽에 오색실과 함께 매달아 놓았습니다. 정한수를 떠놓고 어머니께서는 두손을 합장하고 가화만사성을 소원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부엌 부뚜막에 정한수도 떠놓지 못했고 사립문 앞에 황토흙도 뿌리지 못했지만 날마다 이렇게 하시면서 자식들 출세와 부자되기를 바라셨던 어무이를 생각하면서 영동할매가 오는날 텅빈 집을 한번 둘러보러 다녀올려고 합니다. 어느 회사에서 전직원들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연사가 "태어나서는 엄마의 말씀을~ 결혼하면 아내의 말을~ 운전할 때는 네비게이션의 여자 말을~ 이렇게 세 여자의 말을 듣고 살면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어찌보면 세상살이가 맞지 않나!싶습니다. 박목월 시인은 "2월의 봄은 베개밑으로 온다"라고 했습니다. 올해 봄은 조금 빠르고 따뜻할거라는 기상청예보입니다. 벚꽃의 개화시기는 600도의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2월1일부터 낮 최고기온을 합계해서 600도에 도달해야 벚꽃이 핀다는 법칙이 있어서 벚꽃 개화시기를 600도 법칙이라 한답니다. 뜰안에 매화꽃은 이미 꽃망울을 터트렸고, 산수유, 개나리, 싸리꽃, 벚꽃, 진달래와 철쭉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봄은 꽃의 계절이고 희망의 계절입니다. 봄은 가장 많은 시인들이 시를 쓰고 모든 사람들이 가장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봄에 농부들은 땅을 새로 일구어 씨앗을 뿌릴 준비를할 때입니다.
요즘 농사는 거의 하우스로 생산,출하가 많아지는 시스템으로 전환되니,겨울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작년11월 말에 겨울비인데..천둥/번개치며 내리니,하우스시설 작목반에서 일하는 저는 무섭고,처음 겪는 일이었답니다..)하우스시설 작목은 햇빛과 미량영양소의 균형이 중요함을 깨닫고,경험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