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에 올라온 농산물 중에 경작기간이 가장 긴 작물이 고추다. 지금은 대형육묘장에서 고추모를 사다가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본밭에 식재를 해서 7월 말부터 붉은고추를 따기 시작하면 찬바람이 있는 8월 말경이면 고추 수확이 끝난다. 이런 경우는 5개월 정도다. 예전 어르신들께서는 관행으로 고추농사를 하셨다. 설 명절 쇠고 따뜻한 아랫묵에 보자기에 고추씨앗을 넣어 싹을 틔워 비닐하우스에 대나무가지로 활대를 만들고 비닐을 두겹으로 씌워서 고추모를 키웠다. 낮에는 비닐을 걷어서 물도 주고 햇볕을 쬐고 밤에는 다시 비닐을 덮어서 보온을 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꼭 해질녘에 하우스에가서 비닐을 덮고 바람이 들지 않게 잘 눌러주었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밤에 기온이 뚝 떨어져서 얼어 죽기 때문이다. 이렇게 1년 중 반년이 넘게 시간이 걸린다. 다른 농작물에 비하면 거의 두배의 경작시간이 걸린다. 이제 애써 키운 붉게 물든 고추를 수확할 때다. 주부들은 김장도하고 1년내내 양념으로 먹을 고추를 구입해서 고추가루를 빻아야한다. 일반적으로 햇볕으로 건조한 고추를 태양초(양건)라하고 건조기라는 기계로 건조한 고추를 화건이라고 한다. 태양초와 화건을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태양초 꼭지는 노랗지만 기계초 고추 화건의 꼭지는 녹색이다. 요즘 시장에는 꼭지를 딴 고추가 나오고 고춧가루로 8-90%는 태양초라고 판매를 한다. 일손이 부족하고 날씨가 고르지 않는데 태양초가 그렇게 많이 나올까요? 과연 태양초가 얼마나 존재할까요? 태양초를 생산하는 과정이 엄청 복잡합니다. 옛날 비닐하우스가 없는 저희집 태양초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볼께요. 일단 고추를 따다보면 햇볕이 덜받는 쪽은 야간 초록색이 있습니다. 덜 익은 고추죠. 그래서 바람이 잘 통하고 어두운 곳에 멍석을 깔고 살짝 덮어서 이틀 이상 숙성을 시킵니다. 그러면 덜 익은 고추도 색이 빨갛게 익습니다. 그 다음에 아랫방에 불을 지피고 고추를 방바닥에 널고 얇은 이불을 덮어줍니다. 한여름에 불을 지피고 고추를 널고 몇차례 뒤집어 줍니다. 고추를 찐다고하는 과정입니다. 2-3일 두면 고추가 물렁물렁하고 색도 더 진해집니다. 그 때 마당에 멍석을 깔고 고추를 널고 그 위에 부직포를 덮어줍니다. 부직포를 덮지않으면 강한 햇볕에 골깡한 고추가 타서 희나리가 생기거든요. 하루에도 위아래로 뒤집기를 몇차례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고추가 고르게 말리거든요. 소나기라도 내릴라치면 난리가 아니죠. 장마철이나 비가 연속해서 계속내려서 햇볕을 보지 못하면 골캉한 고추가 썩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계속 방바닥에 널고 불을 지펴줍니다. 이렇게 1주일 이상을 밤에는 이슬을 맞지않게할려고 걷어서 방에다 널고 낮에는 마당에 널기를 반복해야 태양초가 만들어집니다. 날씨가 좋아야 10여일 걸립니다. 고추를 대량으로 재배한 농가에서는 광같은 밀폐된 곳에 연탄을 피워서 고추를 익힌 다음 하우스에 널어 말립니다. 지금은 대부분 농가에서 건조기를 사용해서 고추를 말립니다. 옛날과는 다르게 고추가 대과종이고 과가 두꺼워서 자연건조는 정말 어렵습니다. 수확한 고추를 숙성시키고 고추세척기에 넣어 깨끗하게 씻어 건조기에 적당한 온도를 3일이상 말려서 꺼냅니다. 예전엔 기름으로 건조기를 돌렸는데 지금은 전기로 하기 때문에 기름냄새 등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맛과 색깔도 크게 다르진 않고 특히 위생적인 면에서는 화건이 훨씬 깨끗합니다. 고추건조기에서 고추를 숨을 죽인 후에 햇볕에 말리는 반양건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하우스에 고추를 말릴 경우 보름정도 널어서 말릴 때 온갖 미세먼지와 고추단내음을 맞고 달려드는 파리와 초파리떼가 있습니다. 어느날 빨간 고추를 많이 널려있는 비닐하우스를 지나칠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냄새가 많이나는 돼지축사가 있더군요. 요즘은 쥐는 없다고 하지만 비라도 내리면 고양이와 심지어는 개들이 비를 피해서 들낙거리기도 합니다. 예전에 남부시장 새벽시장에서 고추를 샀는데 고양이털이 많이 나와서 여러차례 닦아서 고추를 빻았습니다. 100% 자연건조는 너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고추를 깨끗하게 씻은 다음 건조기에서 좀 낮은 온도로 이틀정도 말린 후에 하우스에 있는 2개의 평상에 깨끗한 부직포를 깔았습니다. 그 위에 반건조된 고추를 널고 다시 부직포를 덮습니다. 부직포를 덮지 않으면 쌔까맣게 타버리거든요. 계속 비가 내리는 경우는 고추속이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고 썩을 수 있으니까 건조기에서 말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우스안에는 비닐을 통해서 햇볕이 들어오기 때문에 온도가 어마어마 하거든요. 굳이 비싸게 양근만 고집하시지 마시고 매끈하고 때깔이 좋은 화건도 좋지 않나?싶습니다.
지금까지 글은 제가 작년에 태양초와 화건에 대해서 올렸던 내용입니다. 또 다시 가정에서 1년 먹을 고추를 구입해야 하는데 제가 고추를 조금 심고 있어서 제 경험과 다른 농가를 비교하면서 몇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어서 메세지를 보냅니다. 첫번째로 고추는 두물과 네물사이의 고추가 제일 좋습니다. 쉽게 말하면 두번째부터 수확한 고추와 네번째까지 수확한 고추가 제일 좋습니다. 고추는 열매가 맺고 온도를 1,000도를 견뎌야 빨갛게 익습니다. 그래서 평균 40일부터 50일이 되어야 색이 나거든요. 첫번째 수확한 고추는 수량도 적지만 어쨌든 까맣게 말려집니다. 네번째 이후의 고추는 고추 씨앗이 많고 과가 얇아서 가볍고 고추가루가 적게 나올 수 있고 매운맛이 더합니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좀 늦은 고추를 같이 섞어서 고추가루를 빻거든요. 그래서 시기적으로 8월 말안에 고추를 구입하신다면 네물 고추까지를 구입한다고보면 되겠습니다. 두번째는 고추 고랑에 제초매트를 깔고 지은 고추가 병충해 뿐아니라 조금은 깨끗합니다. 세번째는 꼭지채로 따서 말린 고추를 구입하시는 것이 위생적입니다. 고추같이 농약을 많게 한 작물은 없습니다. 일부 농가에서 고추꼭지를 두고 고추만 따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추를 수확하면 누구나 세척을 합니다. 요즘은 고추세척기가 있어서 대농에서는 편하게 고추를 세척합니다. 꼭지를 두고 고추만 따는 고추는 꼭지를 뗀 하얀곳이 스폰지 같습니다. 또 따다가 상처가 나기도합니다. 그 곳으로 세척할 때 불순물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반듯이 들어갑니다. 고추를 세척하다보면 온갖 먼지와 소독할 때 소독약이 씻기는 물이 솔찬하게 더럽습니다. 그 물이 들어가서 말라버립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꼭지가 달린 고추를 구입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물론 그자리에서 꼭지를 떼내고 근당 1,000원정도를 더 받는 곳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론 양근이 좋겠지요? 그러나 요즘은 기계에 말린 화근을 추천합니다. 고추속에 심이 있는데 그 심과 고추씨가 제일 안마르거든요. 그 때 고추속에 세균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농진청에서도 건조기 온도를 처음에 65도로 7시간 정도를 돌려서 온갖 세균을 죽이고 고추를 익혀서 52도 정도로 고추가 만지면 깨질 정도로 말리라고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10여일이 훨씬 넘게 바깥에서 말린 태양초보다는 건조기에서 3일 이상 말린 고추가 훨씬 위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무턱대고 시장에 나가서 상인들한테 구입하시는 것 보다 지인을 통해서 직접 농가에서 구입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제 생각입니다. 기상청도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태풍 카눈이라고합니다. 제발 조용하게 지나가기를 바랄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오후에 참깨를 솎아서 비닐 하우스에 널었습니다. 어제 내린 비로 잡초가 잘 뽑혀서 들깨밭이랑 잡초 뽑고 늦게 들어왔습니다. 날씨가 이번 태풍으로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이번 태풍에 피해가 없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늘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