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제 · 자유게시판전남영암둥이농장(김준태)
여유있는 삶을 꿈꾸며·
⚘ 귀 빠진 날
코로나도 있고 해서 한 동안 어울리지 못했는데, 친구들끼리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한 명이 "귀 빠진 날"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잖아도 다들 마음은 주저주저하면서도 몸은 근질근질했는데, 좋은 구실이 생긴 거다. 모처럼 모여 한잔 했다. 자연스레 생일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아침에 미역국은 얻어 먹었냐?”부터 “이제 우리 여생에 생일이 몇 번이나 남았을까?”하는 쓸쓸한 대화까지 나누다가 생각지 않게 많은 걸 깨닫게 되었다.
쓸데없이, 한 친구가 물었다.
“생일을 왜 귀 빠진 날 이라고 부르는지 알아?”
“그러게! 코나 눈 빠진 날도 아니고, 왜 하필 귀 빠진 날이지?”
태아는 머리부터 세상에 나오는데, 산모에겐 그 때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산부인과도 제대로 없던 시절, 시골집에서의 순산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들은 해산할 때, 퇴돌 위에 고무신을 벗어놓고, ‘내가 다시 저 신을 신을 수 있을까?’하고 방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태아는 머리가 어깨 너비보다 크다. 그래서 일단 귀가 보이는 게 중요했다. 귀가 빠져나오면 몸통과 다리는 순조롭게 따라 나오니, 출산은 다 한 거나 다름없다고 한다.
한 친구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 그런데 생일은 어머니가 가장 고생한 날인데, 왜 생일 축하는 저희들끼리만 하는 거지?”
결혼을 해서 아내가 아이를 낳는 걸 보며, 생일의 주인공은 자기가 아니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생일에는 꼭 어머니 아버지에게 미역국을 끓여 드리거나 맛있는 걸 사 드리고 선물을 드렸다고 한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그의 아이들도 자신의 생일에는 그렇게 따라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결혼 후, 내 생일에 부모를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어머니가 멀리 계시긴 하셨지만, 아내와 아이들 하고만 즐겁고 오붓하게 생일상을 먹었다.
어머니는 오히려 내 생일에는 가족과 좋은 데 가서 외식하라고 전화를 하시곤 했는데, 난 정작 어머니에게 스웨터 하나 선물한 적이 없다. 다른 때는 문안 전화를 곧잘 하면서도, 막상 생일에는
“저를 낳느라고 얼마나 힘드셨어요?”라는 감사전화 한번 한 적이 없다.
생일은 내 것인 줄만 알았다. 친구는 생일 아침에 미역국을 먹는 관습은 출산의 고통을 겪으며 생명을 주신 어머니의 은혜를 잊지말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래서 귀 빠진 날에는 자기가 미역국을 먹는 게 아니라, 귀를 빼준 어머니에게 미역국을 끓여드려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 진위는 모르겠으나, 귀는 귀퉁이에 붙어 있어서 ‘귀’가 됐다고 한다.
사람이 잘났다고 말할 때 왜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반듯하다고 할까? 눈, 입, 코도 있는데, 왜 귀(耳)를 앞세웠을까? 귀는 얼굴의 핵심 지점도 아니고, 변방에 달려있는데도 말이다.
그것은 그만큼 귀가 소중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맨 앞에 간 거라고 한다. 늘 남과 세상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귀엽다’는 단어는 남의 말을 잘 귀담아 듣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 말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지만, 듣는 것은 가려들을 수가 없다. 듣는 것은 그래서 신의 뜻이라고 한다.
남이 내 험담을 할 때, ‘귀가 가렵다’는 표현을 생각해 보라. 입은 하나인데 눈과 귀가 두 개인 건, 말하는 것보다 듣고 보기를 두 배로 하라는 의미이다.
공자는 나이 60을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이라 했다. 이는 원래 무슨 말을 들어도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한다는 의미이지만, 무슨 말을 들어도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관용이 진짜 의미이다.
선현들은 나쁜 말을 들으면 곧장 달려가 시냇물에 귀를 씻는다 했다. 난 이순의 나이를 훌쩍 넘겼지만, 언제나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늘 내 얼굴 귀퉁이에 붙어 있지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귀... 많은 걸 생각하고 깨닫게 한다.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더위가 한 풀 꺽인 듯 합니다.
팜모닝 친구님들
늘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ps : 매일 오전에 출책하라는 문자가 옵니다.
7월도 이번 8월도 한번도 빠짐없이 출첵을 했는데 이가 빠진 것 같이 출석체크가 되지않아 은근히 열이 납디다.
그러한 오류는 나만 겪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팜모닝 운영진들께
답변을 듣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