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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심각할 줄이야…"70% 이상 초토화" 농가 초비상 [이슈+]

박수림 기자

입력2025.05.06 15:09

수정2025.05.06 15:09

농산물 값 겨우 안정됐다 했는데…밥상 물가 '빨간불' 예고

이상저온에 사과·배 등 과수 작황 악화
하반기 과일값 급등 우려

유통사들, 산지 다변화·물량 확보 등 대책 고심

지난 1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안정세로 접어드는 듯했던 농산물 가격이 출렁이며 농가와 소비자 걱정을 키우고 있다. 올 봄 들어 전국 과일 주산지를 중심으로 이상저온 현상이 이어지며 ‘국민 과일’ 사과·배 등의 수확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 과일이 본격 출하되는 하반기에 농산물 물가가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열매 맺지도 못했다”…속 타는 농가

지난 1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과일매대에 사과가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6일 업계에 따르면 봄철부터 이어진 때아닌 저온 현상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과수 작물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통상 개화기에는 영하 1도 안팎의 아주 낮지 않은 기온에도 냉해 피해를 보게 된다. 사과의 경우 과실을 키우기 위해 중심화를 남기고 주변 꽃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재배하는데, 이 중심화가 냉해로 얼어버리면 수확이 어려워진다.




특히 사과 주산지인 경북 지역은 최근 잇따른 대형 산불에 이어 냉해까지 겹치면서 농가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경북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농부 김모 씨는 “꽃이 수정되어 열매를 맺으려면 일정 시간 동안 바람이 없어야 하고 기온·습도도 적절해야 한다”면서 “최근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꽃이 열매로 자라기도 전에 져버리는 경우가 많아 열매 자체가 많이 맺히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배 농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주요 산지인 전남 나주와 경북 상주 등에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진 날이 많아 서리로 인한 냉해는 물론 꽃 자체가 얼어버리는 동해 피해까지 겹쳤다. 농협중앙회장이 지난달 30일 경북 상주를 찾아 냉해 피해를 본 배 농가를 방문하고 피해 상황을 점검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강인규 경북대 원예학과 교수(경북사과수출농업기술지원단 단장)는 “상주 지역의 경우 심하게는 배꽃이 70% 이상 죽었다”라며 “배는 상주가 주산지인데 이번 피해로 생산량이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은 ‘잠잠’하지만…냉해 작물 출하 시점부터가 변수


지난 1일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과일 매대에 배가 진열돼있다./사진=박수림 기자

현재 농산물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다. 시중에 판매되는 사과·배는 대부분 지난해 수확해 저장된 물량으로 이번 냉해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사과 중도매 가격(후지·상품·10kg 기준)은 8만9320원으로 전년(10만1227원) 대비 12% 떨어졌다. 배 중도매 가격(신고·상품·15kg 기준)도 9만4720원으로 전년(13만4333원) 보다 29% 낮아진 상황이다.




문제는 냉해 피해를 본 과일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여름·가을 시점이다. 개화기에 냉해를 입으면 착과율이 떨어지고 크기나 당도 등 품질 저하로 이어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여름철 태풍과 폭우, 9월 고온 현상 등 추가적인 기상 악재가 더해질 경우 물가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향후 과일값 폭등이 예상되면서 유통업계는 이미 대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이마트는 전북 장수, 무주 등 다양한 산지로 공급처를 확대하는 한편 비정형 과일을 중심으로 한 가격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정형 과일은 프레시센터를 통해 비축하고 지속적인 판촉 행사도 병행할 계획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도 “냉해 피해로 올해도 사과, 배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산지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사전 물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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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월간 옥이네ㅣ243화
3년간 못받은 외상값 받으러 갔는데...발길 돌린 사연
[동네슈퍼 이야기②] 수박 20개가 동나던 날들... 충북 옥천 안내면 현리 안읍슈퍼
월간 옥이네(monthlyoki)
등록 2025.04.20 11:56
수정 2025.04.20 11:56
낡고 볼품없을지 몰라도 다정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동네 슈퍼입니다. 오랜 시간 쌓여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그곳을 찾아가봤습니다. 더 많은 기사는 <월간 옥이네> 4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기자말]
충북 옥천군 안내면 현리, 고요한 듯하면서도 묘한 활기가 느껴지는 동네입니다. 안내면 소재지답게 면사무소와 안내초등학교, 우체국, 하나로마트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있고 정미소, 떡방앗간, 양조장, 식당 등 오래된 가게도 눈에 띕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한 골목 안에 자리한 세 개의 슈퍼입니다. 저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종합슈퍼, 형제슈퍼마켓, 안읍슈퍼는 여전히 현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신라 때부터 고려시대까지 현의 관아가 있던 곳이라 해 '현리'가 됐다는 마을. 자연마을로는 창말과 신촌, 탑산이동까지 세 곳 있었지만 신촌마을은 대청댐 건설과 함께 물 밑에 잠기며 지금 위치로 옮겨왔습니다. 이중 창말에는 과거 온갖 물건이 모였다는 '안읍창'이 있었다고. '안읍슈퍼'는 기록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안읍창의 존재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합니다. 안읍슈퍼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50년 된 슈퍼, 우시장 서던 큰 마을

안읍슈퍼 전경.
▲안읍슈퍼 전경.월간 옥이네
슈퍼 입구에선 도매유통 트럭에서 물건을 내리느라 한창입니다. 바삐 움직이며 담배와 과자류를 꺼내고 김동희(88)씨는 받은 물건값으로 현금을 건넵니다.
"이제 시골에 이런 슈퍼도 얼마 안 남았어요. 옥천읍으로 가고, 대전 가고, 면 단위에선 안읍슈퍼랑... 이름이 생각도 안 나네. 하여튼 몇 곳 없어요. 저도 이 일을 정리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아요." - 도매 유통업자
물건을 내려놓고 금세 슈퍼를 떠나는 트럭 뒤로 차분히 물건을 정리하는 김동희씨. 그가 안읍슈퍼의 내력을 설명했습니다.
"50년도 더 된 슈퍼지요. 먼저 떠난 남편 고향이 여기인데, 안읍슈퍼라는 상호 뜻이 무엇인지 나는 잘 몰라요. '안내의 읍'이라 해서 안읍이 됐는지... 이 동네가 오래전에는 우시장도 서고, 안내양조장 있는 골목에 오일장이 어찌나 크게 열렸는지 옥천장 다음 안내장이라 할 정도였지요."
여름이면 수박 20개가 금세 동나고

▲김동희씨가 슈퍼만큼이나 오래된 주판을 튕기고 있습니다.월간 옥이네
지금은 기호식품과 제과·음료류를 판매하는 안읍슈퍼지만, 한창일 때엔 과일·생선·채소 신선식품도 판매했습니다. 여름철이면 진열해둔 수박 20개가 금세 동날 정도로 찾는 이들이 많았다고.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열고 문을 닫은 한밤중에라도 문을 두드리면 물건을 내어주곤 하던 시절, 동네 주민들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까지도 톡톡히 해왔습니다.
"학교 끝나면 또 아이들이 얼마나 바글바글했다고요. 지금 주류 늘어놓은 데가 이전에 아이들 간식 뒀던 자리예요. 그런 것 생각하면 속상하지요."

▲안읍슈퍼에 놓인 빛바랜 전화번호부.월간 옥이네
외상값을 갚지 않아 애를 먹었던 경험은 안읍슈퍼 역시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한 번은 3년 동안 외상값을 갖다 주지 않는 손님을 찾아 버스를 타고 경북 상주까지 다녀온 일도 있었다고.
"하도 갚지 않으니, 내가 직접 찾아가 본 거죠. 다른 손님한테 이름이랑 사는 주소를 물어물어, 그 멀리까지 간 거예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집에 사람도 없고 살림살이도 얼마 없는데, 한눈에 봐도 형편이 어려워 보였어요. 그거 보고 나니 돈 받고 싶은 마음이 안 들더라고. 도로 버스 타고 돌아왔어요."
김동희씨는 1980년 대청댐이 건설된 이후로 마을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회상했습니다.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빈집이 생겨났고, 어린이도 어른도 슈퍼를 찾는 이들도 모두 줄어들었습니다.
"이제는 하루에 담배 10갑만 팔아도 많이 팔았다고 여기지요. 그저 나 건강할 때까지만 계속하려 해요. 그래도 명절이나 가끔 사람들이 여기 찾아오면 아직도 슈퍼 그대로 있다고, 할머니 아직도 계시다고 그렇게들 반가워해요. 그거면 충분하지, 뭐."
함께 의지하며 슈퍼 운영해요

▲지금 충북 옥천 안읍슈퍼는 김동희씨와 그의 며느리 최홍매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월간 옥이네
슈퍼의 옛날을 회상하던 김동희씨 곁으로 어느새 다가가 일손을 돕는 이가 있습니다. 그의 며느리 최홍매(48)씨입다. 20년 전부터 시어머니 김동희씨를 도와 슈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홍매씨와 김동희씨는 이제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1~2년만 머물려 했던 이곳에 이토록 오래도록 살게 될 줄은 몰랐다는 두 사람. 이들은 이제 오랜 세월 쌓은 정으로 '엄마'와 '딸'이 되어 지냅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쉴 틈 없이 계속됩니다.
"우리 며느리 없으면 지금껏 장사 못했지요. 요즘은 물건도 휴대폰으로 주문하던데, 나는 그런 것 못하니까 저 대신 주문 해줘요." - 김동희씨
"우리 어머니는 배려심이 참 많은 분이에요. 기분 안 좋을 때도 표 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시니까……. 제가 지난해 몸이 아파 힘들어했을 때도 곁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감사한 마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요." - 최홍매씨
"나 아플 때도 며느리가 제일 먼저 챙겨줘요. 어디 아프다 하면 '엄마, 빨리 병원 가'하면서 야단이라 웬만해선 아프다 소리도 잘 안 해요(웃음)." - 김동희씨
"다른 바람 없고 우리 엄마 100세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웃음)." - 최홍매씨

▲안읍슈퍼를 지키는 김동희씨.월간 옥이네
[안내면에서 만난 사람들]
"냉이 캐다가 오는 길이야. 봄이 왔으니 냉이된장국 끓여 먹어야지(웃음). 슈퍼는 가끔 급하게 간장이나 공산품 필요할 때 들러요. 채소나 식료품은 옥천읍에 가서 사는데 옥천읍까지 가려면 2~3시간 정도 걸리지." - 현리에서 만난 박명자(70)씨
"26년 전에 여기로 왔어요. 여기 우시장이 있었다는데 그건 나 오기 이전 일이라 잘 모르지요. 면 지역에 자꾸 사람이 줄어드니 걱정이에요. 농촌 인구가 많이 감소하니까 이제 시골 슈퍼도 살아남기 참 힘든 사회인 것 같네요. 뭐 필요할 때는 보통 하나로마트 가는데, 일요일에는 문을 닫으니까 급할 때 동네 슈퍼 가지요. 하여튼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마을이 좀 잘되고 사업도 활성화될 텐데 걱정이에요. 안내에서 이번에 안읍창 사업(대청호 안읍창 지역활성화 사업)을 하는데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은성종묘사업사에서 만난 송민호(58)씨
*참고 : 안내면 현리 농협 폐창고(현리 277-12번지 일원)를 지역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꾸는 사업으로, '2024년도 지역수요 맞춤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된 옥천군은 사업비 56억 원을 투자해 카페, 전시판매장, 감자 가공실 등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다.
"안내면 동대리가 고향이에요. 안읍슈퍼는 내가 집 마냥 왔다 갔다 하는 곳이지요. 동네 슈퍼가 이제 많이 사라지고 있는데, 엄마같이 대해주는 슈퍼가 남아있어서 좋아요." - 안읍슈퍼에 들른 황현하(70)씨
"마을회관서 목욕하고 나와요. 식재료는 하나로마트나 옥천읍을 갈 때 사는 편이에요. 농사 조금 짓는 거로도 해 먹고 그러지요." - 현리에서 만난 오정자(69)씨
주소 안내면 현리길 91
월간옥이네 통권 94호(2025년 4월호)
글 사진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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