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춘문예] 짧은 시 쓰기
낙제 고구마
이돈성
주인은 귀농 2년 차 농부입니다
고구마 심은 지 140일 만에 캐서 흠집이 없고 크기가 적당하며 상품성이 높은 것은 선별하여 모두 내다 팔았습니다
주인은 작고 상처가 커서 선별과정에서 선택받지 못한 고구마만 모았습니다
주인은 손가락처럼 가느다란 고구마를 먹으며 말합니다. "그래, 이 맛이야! 얘는 왜 내가 선별에서 제외했지? 이만하면 크기도 괜찮고 맛도 좋은데"
자기 손으로 몇 번이나 상품에 넣을까 낙제시킬까를 망설이더니 먹는 순간까지 잣대가 오갑니다
낙제 고구마는 마지막 순간 식탁에서 흔들리는 주인의 눈동자를 보며 한마디 합니다.
" 비록 작고 상처가 깊어도
맛과 향은 상품 못지않고
황토밭에서 자란 나의 품격은 흔들리지 않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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