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26
여보, 오늘 백화점에서 옷을 하나
봐 둔 게 있는데
너무 맘에 드는 거 있지….”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는 아내는 느닷없이
옷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괜찮더라. 세일이 내일까진데….”
이렇게 말끝을 흐리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었다.
지금까지 쥐꼬리 월급으로 살림을
잘 꾸려 온 아내였지만
힘들게 야근까지 해 가며 애를 쓰는
내 생각을 한다면
철없이 백화점 옷 얘기를 저렇게 해도 되는 건지
점점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TV 앞에 앉아서도,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데…
안 되겠지?“
이 여자가 정말….
“지금 우리가 백화점 옷 사 입을 때야?”
계속되는 옷 타령에 나는 결국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흠칫 놀란 아내는 대꾸도 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고 조금 민망해진 나는 더 이상 TV 앞에 앉아
있기가 불편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만한 일로 소리를 지르다니….’
남편이 되어 가지고 겨우 옷 한 벌 때문에 아내에게
화를 내었다는 게 창피스러워졌다.
그러고 보니 몇 년째 변변한 옷 한 벌 못 사 입고 적은 월급을 쪼개
적금이랑 주택부금이랑 붓고 있는 아내가 아니던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났는데도
꼼짝을 않는 아내가 걱정이 돼
거실에 나가 보니,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
울다가 잤는지 눈이 부어있었다.
다음날, 아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상을 차리고 있었다.
차분차분 이야기를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아내를 보고도
나는 따뜻한 말 한마디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현관문을 나서면서
이렇게 툭 던질 뿐...
“그 옷 그렇게 맘에 들면 사….”
그러면서 속으로는 ‘며칠 더 야근하지 뭐.’ 마음을 먹으면서...
그 날 저녁 여느 때와 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엘 들어서는데,
아내가 현관 앞까지 뛰어와 호들갑을 떨었다.
“여보 빨리 들어 와 봐요.”
“왜, 왜 이래?”
아내는 나의 팔을 잡아끌고 방으로 데려가더니,
부랴부랴 외투를 벗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쇼핑백에서 옷을 꺼내
내 뒤로 가 팔을 끼우는 게 아닌가.
“어머, 딱 맞네! 색깔도 딱 맞고….”
“……."
"역시 우리 신랑, 옷걸이 하나는 죽인다."
“당신, 정말….”
“당신 봄 재킷 벌써 몇 년째잖아.”
아내는 이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리더니 주르륵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언제나 나는 철이 들까?’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는 천사 같은 내 아내.
사랑스런 내 아내.
우리가 미루어서는 안 될 일
세상에는 내일로 미루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 세 가지 있습니다.
용서를 구하는 일, 빚을 갚는 일, 그리고 사랑을 고백하는 일입니다.
가슴속에 고인 사랑한다는 말은
바로 지금 해야 합니다.
당신의 곁에 있는 그 사람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필요 없고,
오직 당신에게만 듣고픈 단 한마디의 말일지도 모르기에……
표현할 줄 아는 그대의 사랑은 상대방의 심장에 북소리와도 같은
강한 울림의 자국을 남깁니다.
사랑을 고백하는 일은 절대 내일로 미루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담아온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