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고 말일입니다. 이때가 되면 극도로 긴장해야 하는 일을 가지고 있다 보니 집에 들어서서도 제 인상이 좀 어두워 있었나 봅니다
옷을 갈아입는 데 아내가 옆에서 말을 걸어옵니다
,, 뭐 공장에서 안 좋은 일 있었어,,
사실 딱히 뭐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사람이 기분 다운되는 날도 있지 않은가....
,, 에이 얼굴에 써 있는데 안 좋은 일 있지?,,
,, 아니라니까,,
,, 당신은 얼굴에 티가 다 나 도대체 무슨 일인데?,,
,, 아줌마야 별일 없다니까~~~~,,
그렇게 혼자 늦은 저녁밥을 먹고 있는데, 아내가 계속 앉아서 말을 걸어옵니다
,, 말해봐 뭔일이야??,,
~~~
,, 안 좋은 일 있으면 혼자 삭히지 말고 말해,,
저는 먹던 밥숟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 어머, 저 밥돌이가 밥을 다 남기네. 진짜 무슨 일 있구나?,,
아무 일도 없는데 자꾸 옆에서 분위기 조성하면 정말 없던 화도 일어납니다. 그때 제 시야에 들어온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 머리 잘랐어??,,
, 어머, 왠일이야? 나 머리 자른 것도 다 알아보고,,
저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계속 옆에서 깐쭉이던 아내를 향해서 한바탕 퍼부었습니다
,, 누가 남편하고 상의도 없이 그렇게 머리를 싹둑 자르래. 당신이 티파니냐 지금 그 머리가 어울린다고 생각해? 내가 머리 긴 거 좋아하는 거 알면서 그렇게 머리를 어중간하게 잘라?. 당신 머리에 달렸다고 그게 당신 머리야? 아예 커트를 하지 빡빡 깎던지 어중간하게 단발로 잘라 놓으면 묵지도 못하고 어쩌라고 그래.?
난 한바탕 퍼붓고 TV로 눈을 돌리며 아내를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조용하니 반격이 없습니다. 아내는 세초롬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거실에 앉아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TV를 보면서 1시간 정도를 보내니 좀 전에 행동이 쓰나미 급의 후회로 돌아옵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아내의 후한이 두려웠습니다. 일단 방문을 빠꿈미 열어보고 아내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자리를 깔고 누워 있습니다. 저는 방 안을 잠깐 서성이면서 아내의 눈치를 봤습니다. 아내가 부스스 일어납니다. 쓰나미급의 후회에 이은 허리케인급의 공포가 다가옵니다
,, tV 다 봤어?,,
뜻밖에 온화한 말투입니다. 마치 폭풍 전야 같습니다
,, 자기야 아까 나한테 막 한 말 기억나?,,
드디어 특급 허리케인이 몰려오나봅니다
,, 아니 뭐 그게 뭐 그냥. ,,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가 말을 막습니다
자기야 자기는 아직도 내가 그렇게 좋아? 아까 그랬잖아, 당신 머리는 당신께 아니라고 아유 내가 못산다. 우리 삐돌이 남편 마누라. 머리 좀 자른 거 가지고 그렇게 삐지고 에휴 다음부턴 당신한테 꼭 말하고 자를게 아직도 내 긴 머리를 그렇게 좋아해서 어쩌냐? 내가 우리 남편의 저런 과도한 집착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아직도 내가 그렇게 좋냐고요?
아내는 다시 이불 속으로 몸을 누입니다. 그리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런, 긍정적 사고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디 학원 같은데서 따로 배우는지 도대체 참 나원!!
저는 화를 내느라 아내의 머리 자른 모습을 제대로 못 봐서 살짝 이불을 들추고 아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봤습니다. 잠든 줄 알았던 아내의 마지막한 목소리가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