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장례가 끝났다.
지리하게 내리던 비가 그쳤다.
장례식에 못 온 아주머니가 쌈지돈을 꺼내 주셨다.
“평생 고생만 하셨는데… 이제는 편히 쉬시겠지.”
잠시 방을 둘러보다 멈칫하셨다.
“차라도 한 잔 하세요.”
피곤한 몸인데, 마음이 허해서 말을 건넸다.
“아까 무슨 말씀을 하시려던 거 같던데.....”
난 내가 나름 효자라고 믿었다.
늘 어머니에게 물었다.
“괜찮으시죠?” “되셨죠?”
그런데 아주머니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야 소문난 효자지만….”
그리고 몇 가지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어느 날, 시장에서
친구들과 걸어오는 자네 모습을
보셨대요.
생선 장사하는 당신을
자네가 혹여 부끄러워할까 봐
골목으로 숨어버리셨답니다.”
나는 숨이 막혀 대답을 잃었다.
“손주가 열이 펄펄 끓던 날,
아드님 잠 깰까 봐
밤새 아이를 업고 마당에 서 계셨대요.”
가슴이 저렸다.
“가족여행 가실 때 기억나시죠?
어머니는 뭐라 핑계를 댈까 고민하시다가,
그만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셨대요.
그 후로 발목이 시려 평생 고생하셨어요.”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손주 결혼식 날, 아이가 큰절을 드리며 그러더군요.
‘세상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분은 할머니입니다.’
그때 아주머님이 울며 말씀하셨어요.
‘나는 거름이지. 내 몫은 다 했어.’”
아주머니가 가시고,
깨달았다.
어머니의 “됐다”, “괜찮다”는 말이
나 편하자고 한 말이라고.
오늘 낮에 비가 그토록 내린 건,
멍청한 나 때문이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