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울퉁불퉁 소스라치게 운다. 들깨도 메주콩도 서리태도 손질 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첫해 들깨 타작을 하고 난 뒤 숨어 있던 녀석들이 올봄 가득 올라와 그녀석들을 한군데로 심어줬더니만 잘도 쑥쑥 컸다. 잘도 여물었다. 들깨를 베니 향이 향이 찐하고 진하고 달다. 어느 고급진 향수에 비할바가 아니다.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한가지라도 타작을 하고나니 후련하다.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살포시 자주빛을 내는게 보였다. 아니 11월인데 도라지꽃이 피었네. 시절이 하 수상하니 도라지도 놀란 탓일까? 별일 이야 라고 하면 별일이고 별일 아니야 라고 하면 별일 아닌 일 인거다. 자기도 미안함인지 쑥스러움인지 부끄럽게 얼굴을 내민 모양새로 내 눈에 비친다. 아니 날이 하도 따스해서 잠깐 외출 나온걸루 여기고프다. 내맘은 말야. 도라지와 잠깐 눈맞춤 뒤 고단새 낭군님은 메주콩을 꺾어다 타작을해서 마무리까지 해놓고선 기다리고 있다. 또 한가지 마무리 지었다. 이젠 많은 양의 서리태가 기다리고 있네. 서리태는 며칠 뒤 수확하기로 하고 이일저일 하다보니 사방은 벌써 어둠으로 내려 앉았다. 저멀리 한개마을에 불빛들이 아련하게 비춘다. 그 불빛을 배웅삼아 대성사에 들러 부처님전에 삼배 드리곤 바삐 서둘러 왔다. 오늘도 참 부지런하게 살았네.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