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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주최正식(南昔)
心淸事達·
2024년 은행털이 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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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밝게한다는 씨앗" 결명자를 아시나요? 저희 초등학교 때 학교의 온갖 일을 돌봐주시는 분을 "소사"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행정실 직원으로 공무직 관리원쯤 되는 일자리였습니다. 화단을 정리하시며, 학교 울타리를 정리하기도 하시고, 야간에는 학교에서 숙직을 하시면서 학교를 지켜주시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이 화단에 결명자를 심어서 그 열매로 물을 끓여 드셨습니다. 아마 아흔쯤 되시는 연세이신데도 신문을 돋보기 없이 보신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리 눈이 좋으시냐고 물어보면 "평생 결명자차만 마셨다"라고 말씀 하신답니다. 그분께서 지금은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세상에 안계신 어머니께서 산모퉁이에 결명자를 심으셨습니다. 워낙 가파라서 다니시기가 아주 불편한 빈땅입니다. 꼬부라진 허리로 지팡이를 짚고 기어다니다시피 다니면서 빈 공간에 결명자를 심곤 하셨습니다. 물론 자식들은 말렸죠. 워낙 가파른 길이라 위험했거든요. 길 아래는 낭떨어지고요. 빈땅이 있어서 아까우신거죠. 결명자는 노란꽃이 조그맣게 피고, 길쭉하게 열매를 맺는 답니다. 가을에 잎이 떨어지고, 익으면 낫으로 베어 지푸라기로 한주먹씩 묶어서 세워두었다가 한 열흘 정도 지나면 바짝 마른답니다. 지게로 조금씩 날라다가 마당에서 들깨를 털듯이 막대기로 두들겨서 알맹이만 걷어 들입니다. 털고난 결명자대는 군불 지피실 때 불쏘시개로 쓰기도 했습니다. 깨끗하게 손질한 결명자는 빤질빤질하게 빛이납니다. 자식들과 친척들에게도 나눔을 했습니다. 그러고도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들께서 매년마다 결명자와 은행을 구해달라고 하십니다. 나머지는 제가 실고와서 시내 약재상에 갔다 줍니다. 한번은 시장 약재상에 갔다 주었는데 사장님께서 너무 깨끗하게 손질을 잘하셨다고 하면서 어머니께 음료수라도 사다 드리라고 음료수값을 따로 주시더군요. 다음에도 자기네 집으로 꼭 갔다 달라고 하면서요. 두드린 결명자를 바람에 검부적을 날리고 함박에 물을 붓고 조리로 모래와 티끌을 헹궈내면서 깨끗하게 말린 결명자는 빤질빤질하고 깨끗했습니다. 장사하시는분이 얼마나 결명자가 깨끗하고 상품성이 좋으면 웃돈을 더 주셨을까요? 얼마전에는 아버지께서 혼자 계시면서 집앞 텃밭과 좀 떨어진 논두렁에 결명자를 심으셨습니다. 결명자는 소독도 필요없고, 추비같은 것도 필요없어서 어느 작물보다 재배가 편하긴 합니다. 연세도 있으시고 하시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는데도 몰래 심으셨답니다. 그 때 눈에 황반변성 때문에 안과치료를 받고 계셨거든요. 그냥 혼자서 하실려고 하셨던 일이 지금 못하시게 되셔서 걱정을 태산같이 하시고 계시더군요. 주말에 가까이에 있는 사촌동생이랑 같이 내려가서 들깨랑 결명자를 다 베어서 마당에 널고 왔습니다. 논두렁에 언덕에 결명자가 꽤 많았습니다. 경운기를 빌려서 한가득 실고 왔거든요. 옛날 나락을 베어서 논에 세웠던 것 같이 세울려고 했는데, 잘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어설프게 마당에 세웠습니다. 오늘도 지금은 세상에 안계신 어머니를 생각을 하면서 가실거지를 했습니다. 저희집 텃밭에 아버지께서 은행나무를 뺑 둘러서 심으셨습니다. 어느새 나무가 자라서 은행이 더덕더덕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달린 은행을 버릴 수는 없잖아요? 기다란 대나무 장대로 은행을 털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장대로 털면 은행나무에 은행열매순이 떨어져서 다음해에 은행이 열리지않는다고 하셔서 나무에 올라가서 은행을 털었습니다. 은행나무 아래에 그물망을 깔고 나무에 올라가서 발로 나무가지를 발로 구르면 은행이 우수수 떨어집니다. 은행을 비료포대에 담아서 차곡차곡 창고옆에다 쌓았습니다. 은행이 기관지에 좋다고 몇개씩 구워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비료포대에 넣어둔 은행이 껍질이 썩으면서 냄새가 지독하게 납니다. 이 때 비료포대에 있는 은행껍질에서 맑은 노란 은행물이 나옵니다. 이 은행을 담은 포대에서 나온 맑은 물이 천식에 좋으시다고 병에 받아서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들한테 나눔도 했습니다. 10월초에 은행을 따서 포대에 담았던 은행이 껍질이 썩으면 냇가에 리어카로 실고가서 마대포대에 넣고 발로 밟으면 껍질이 잘 벗겨집니다. 집안에서 껍질을 씻으면 은행 특유의 구린내가 진동을 하기 때문에 두분이서 리어카로 냇가로 실고가서 씻었습니다. 깨끗하게 씻은 은행을 마당에서 말려서 여러곳에 나눔도 하시고 제가 실고와서 약재상에 팔아서 용돈을 하시기도 하셨습니다. 문제는 은행나무 가지가 결이 없어서 그냥 뚝 끊어집니다. 그래서 은행을 털 때는 전봇대에 공사하는 사람들이 착용하는 어깨띠 같은 것이 있어서 나무에 매달고 은행을 털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해마다 제가 내려가서 은행을 털어 드렸는데 내려가지를 못했습니다. 전화를 드렸습니다. "다음주에 제가 내려가서 은행을 털어드릴께요"했더니 어머니께서 사람을 시켜서 은행을 털었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니께서 사람을 사서 그까짖 은행을 털 분이 절대 아니시거든요. 다음 주말에 내려가서 확인했더니 어머니께서 사다리를 놓고 은행나무에 오르셔서 은행을 털으셨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은행나무와 감나무는 나무결이 없어서 가지가 찢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어지거든요. 제가 막 화가 나는 겁니다. 그까짓 은행 때문에 자칫 어머니를 다칠 수 있겠다?싶더군요. 은행나무를 없애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때만해도 은행나무가 별로 없어서 은행나무 몇그루에서 쌀 한가마니값 정도의 수익이 있었습니다. 물론 절대 안된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은행을 따시다가 은행나무에서 떨어지시기라도 하신다면 큰 일이잖아요? 엔진톱을 빌려서 은행나무를 다 베어버렀습니다. 길 모퉁이에 아름들이 고목인 큰 은행나무는 산림청에 민원을 넣었더니 크레인을 몰고와서 전문가들이 높은 곳부터 꼭대기부터 차곡차곡 자르더군요. 은행잎이 단풍들면 노랗고 보기는 좋은데 골목에 떨어진 은행과 은행잎을 처리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었거든요. 부모님들 덕분에 매년마다 결명자를 볶아서 결명자차를 끓여 먹었고, 은행을 까서 전자렌지에 돌려서 은행을 구어 먹었었는데 이제는 결명자차도 은행도 먹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내장산과 문수사 단풍숲을 다녀왔습니다. 올 단풍은 예년같지 않지만 문수사 단풍숲의 가새가새한 작은 형형색색의 단풍잎과 아름드리 단풍나무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날씨가 쌀쌀합니다. 옷 따뜻하게 하셔서 감기에 잡히시지 않도록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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