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 일상
광주북구이강재
요즘 처럼 포기배추로 보드랍고 맛있는 김장을 할 수 있게된 것도 육종연구가님들의 부단한 노력의 성과로 20세기에 이르러 가능해졌군요.
제가 어렸을 때도 노란 속이 꽉 찬 배추는 드믈었거든요. 풍성한 김장채소로서 배추 육종의 내력을 소개해주신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황정환 원장님의 글을 옮김니다.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이곳저곳에서 김장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갓 담근 김치를 길게 찢어 뜨끈한 밥에 올려놓고 먹으면 다른 반찬 없이도 참 맛있지요.
19세기 말까지 김치는 마늘, 파, 생강 등을 넣고 고추를 썰거나 저며서 섞은 ‘섞박지’ 형태였다고 합니다. 지금과 같이 풍성한 배추통김치가 만들어진 것은 배추가 개량되고 발달한 근대에 이르러서야 가능했습니다. 해방 이후 배추 종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 우리 과학원 초대 원장이자 세계적인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는 종자 개량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배추는 꽃 안에 암술과 수술이 모두 존재하지만, 주두(암술머리)가 자신의 꽃가루를 인지하여 교배를 억제시키는 자가불화합성(SI)이 있어 유전적으로 고정된 종자의 채종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개화 이전의 어린 꽃봉오리를 핀셋으로 절제한 후 자가 화분으로 교배하면 종자가 맺히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이 기술로 다양한 계통을 육성하게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배추가 우리나라 최초로 구를 형성하는 일대잡종 품종 ‘원예1호’입니다. 이후 ‘원예2호’ 등 지속적으로 품종을 개발하였고, 1970년에는 민간 종묘회사에서 세계 최초로 추대(꽃대 오름)가 늦어 봄에 재배할 수 있는 일대잡종 품종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1980년에는 더운 여름철과 추운 겨울철에도 재배할 수 있는 품종들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사계절 배추 재배가 가능한 국내 기반이 갖춰지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여럿이 참여하는 김장담그기 행사는 대부분 취소되었습니다. 대신에 시중에 나온 절임배추와 김장키트로 소규모 김장을 계획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김장과 관련해 헤럴드경제에 투고한 기고문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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