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이야기는 무조건 '그러게.' 하며 공감을 해 주는 벗, 물론 나의 어수룩한 행동들에 핀잔을 주기도 하고, 나 역시 친구를 향해 헛 똑똑 이 공도 좀 치고 트레킹도 좀 하고 살지 라고 구박을 하기도 하지만, 존재 만으로 나를 감동 시키는 그런 오랜 벗이 나에게 한 명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인 그 친구는 어쩌면 에디슨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을 지도 모른다. 그 친구의 명석한 두뇌가 그 많은 책을 다 받아 들일 수 있게 한 것인지, 누구보다 많은 책을 읽어서 그렇게 명석해 진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었다. 닭과 달걀의 문제라고 같이 웃어 버렸지만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나에게 부러운 일인 것은 사실이다.
글을 잘 쓰고싶으면, 책을 많이 읽으면 되지 않느냐 하고 묻지만 타고난 소질이 없는거면 ,다독,에서 온다고 알고 있으면서 그 실천을 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묻는다고 해도 난 게으름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훈련하지 않았던 독해력을 핑계 삼고 말 것이다.
그리고 무었보다 난 책 읽는 거보다 다른 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 이 친구는 나에게 늘 말한다 글을 좀 잘 쓰려면 더 많은 책을 보라고 한다 그러나 난 난 글쟁이가 아니고 그냥 좋아서 하는 취미 정도 라고 말 한다.
얼마 전, 친구에게 다 읽고 난 책은 어떻게 하는 지 물었다. 책을 장식품처럼 생각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대답을 들었다.
"버리는데..." "책을 버린다고?" 친구에게 정말로 책을 버리느냐 물었더니 기증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 주기도 하고, 어디 있는지 모르기도 한다고 했다. 하루에 한 권, 혹은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친구의 독서 습관을 생각해 보면 그리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지나가는 말처럼 친구에게 말했다. "나한테 버리지." 친구에게 책을 받았다. '나를 먼저 읽어 줘.' 라고 앙탈을 부리는 몇 권의 책들을 거만하게 바라보다가 친구가 유심히 읽은 책이 무엇일지 그 녀석부터 찾아 보기로 했다. 찾았다. 친구가 줄을 그어 놓은 부분이 보였다. 이 글이 친구에게 어떤 의미였을 지 궁금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자신이 생각한 것을 짧게 적어 놓은 글귀들도 찾았다. 뭐라고 적었을까, 친구는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런데.... 뭐라고 쓴 거지? 친구는 악필이다. 그러고 보니 난 그 친구의 이야기를 별로 들어 준 적이 없다. 늘 내 이야기만 하고 내 기분을 알아주기만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제나 당연히 그 친구가 '그러게.'라고 말 해주는 순간을 기다렸던 것 같다. 이 책의 흔적들을 따라가 보면 나도 친구에게 '그러게.'라고 말 해 줄 수 있을까. 친구에게 받은 책 속지에다 짧은 몇 줄, 내 생각을 적었다.
난 이 친구에게 어여쁜 동생에게 책을 선물 받은 이야기와 그 책의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다 읽고 나면,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사주며 병을 발견하면 3년을 못산다는 병에 걸린 친구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들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