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牛步)
우보 서성열
너무 급하다.
사람들의 사는 것을 보면 곧 지구의 종말이 오는 것 같다.
여유라는 것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간다.
울산의 봄은 너무 짧다.
추워 움추리다가 뒤 돌아보면 벗꽃이 만개하다.
진달래가 피었다 싶으면 어느덧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더워 운전 하기가 힘들다.
오늘의 첨단 기술도 내일이면 상식으로 변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어 있다.
우리는 젊은이들의 말, 특히 줄여서 하는 말은 알아 듣지도 못하겠다.
기성세대가 도저히 따라 가지 못할 것 같다.
이러다 정말 낙오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중국 음식점에서 주문하고 빨리 달라고 손뼉치는 민족은 우리 뿐이란다.
커피 자판기에 뜨거운 커피가 나오고 있는데 빨리 뽑으려고 컵에 손을 대고 있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우리 민족이며,
사탕을 입에 넣고 녹이면서 맛을 음미하지 못하고
이빨로 부셔먹는 성질 급한 우리 국민들이다.
식사시간이 전 세계적으로 짧기로 소문이 났단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위장장애가 또한 많다고 한다.
참을성이 없다.
분명 우리에게 내일이 있는데 오늘 무슨 결과를 봐야 직성이 풀린다.
한 순간, 찰라의 판단 잘못으로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목숨도 스스로 끊어 버린다.
자 이제 숨을 크게 쉬면서 생활의 브레이크를 밟아보자.
앞으로 만 보던 시각을 좌, 우, 뒤로 돌아 보자.
이때까지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길이 보인다.
도로에 걸려 있는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라는 한국교통공단 캠패인이 어느 때 보다 마음에 와 닫는다.
인생은 단거리가 아니다.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보면 안된다.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처럼 결과로만 판단을 하면 용장이나 덕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단시간으로 볼 때는 결과가 중요 하겠지만 여기에는 미쳐 보지못한 함정이 있다.
오늘 운전중 신호받아 서 있다 잠깐 다른 생각을 했다.
직진 신호가 바뀌고 약 5초가 지나갔는데도 뒷차가 기다려 주었다.
나라면 어땠을까?
틀림없이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정신을 어디팔고 있냐고 한소리 했을 것이다.
너무 안타깝다. 혼란스럽다.
뚜벅, 뚜벅... 소 걸음(우보: 牛步) 소리다.
느릿느릿하게 가고 있지만 분명 전진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는 너무 답답하다.
그러나 미련스럽게도 자기에게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한다.
여유를 찾자!
조급하게 판단하고 처리한 일은 십중팔구 문제를 일으킨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즉시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번 더 생각하고 실행하자.
아무리 늦은 소걸음으로도 천리를 간다.
그래서 옛말에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의 호를 우보(牛步)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