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쇠느라 고생한 아내를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보냈습니다.
꼭 설 명절 때문만은 아닙니다.
종갓집에서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제사 다 모시고,
시제도 제수음식을 아버지代 때만해도 종중에서 돌아가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저희집만해도 사촌들이 돌아가면서 제수음식을 준비를 했는데
어느날부터 오롯이 저희 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제사 때나 명절 차례상 제수음식을 준비할 때는 큰며느리니까 당연히 준비를 했습니다.
8代, 7代, 6代, 5代, 고조 조상님들을 시제를 모실 때는 종중에서 돌아가면서 제수음식을 준비했었는데,
종중 인척들이 고향을 다 떠버리고,
아버지 형제분들이 다 돌아가시고 사촌 형제들도 고향을 떠나니 어쩔 수 없이 제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비단 시제 제수음식뿐만 아니라 벌초도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푼수같지만 제 아내는 일이 참 많습니다.
제 육남매 뒷바라지도 많이 한 셈입니다.
원래 저희 집이 어머니 때부터 조금은 유별난 셈이었습니다.
물론 제 아내보다 더 애쓰고 있는 며느리들도 많습니다.
올해도 작년에 고추장을 담아서 제 형제들과 아내 형제들한테 2.4k들이 꿀병으로 한개씩 담아서 10군데 다 나누었습니다.
작년에 고추장은 한해 걸러서 담근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올해도 청국장 띄우고,
엿기름 길러서 또 커다란 다라이에 담갔습니다.
이번에는 맛벌이하는 형제들 네곳만 나눔을 했습니다.
된장도 대두 10k씩 2년에 한번씩 메주를 쑤어서 간장을 담급니다.
저희가 그 많은 된장을 다 먹을까요?
형제들한테 나눔이 많습니다.
저희집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제가 완전 푼수다고 생각하실겁니다.
이러저러해서 애쓴 아내가 고맙고 감사한 아음은 늘 갖고 있는데 섣부르게 고밉다는 표현을 잘 못합니다.
크게 선물을 해본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메이커있는 옷도 전혀는 아니지만 한번 사면 교복처럼 입곤 하였습니다.
원래 아내가 다낭을 가고 싶어 했는데 설 명절 3일전에 갑자기 다낭으로 가는 일정이 있어서 여행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몇년 전에는 추석 명절을 보내고 을릉도를 다녀왔는데 아내한테 조금을 수고한 댓가를 지불하는 것 같아서 좋더군요.
설 명절에 아이들이 내려왔습니다.
저는 손주가 좀 늦습니다.
큰 손주가 이제 열살로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갑니다.
또 손주자랑은 푼수라지만
그믐날 저녁을 먹으면서 "재현아. 할머니 해외여행 가신다"했더니,
망설임없이 즈네 엄마를 바라보더니 "엄마. 5만원만 빌려주세요. 집에가서 드릴께요"하더군요.
할머니 여행간다고 5만원을 용돈으로 드린겁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하면서 저를 쳐다보더니 "할아버지는 왜 안가셔요"하더군요.
저녁 밥상에서 한참 웃었네요.
어린아이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저는 다낭을 다녀온지가 얼마되지 않습니다.
아내가 손주한테 5만원을 받으면서 "재현아. 할머니가 이돈 5십만원으로 만들어 줄께"흐믓해 하더군요.
이번 설 명절은 전주에서 차례를 모셔서 편안해서인지?
여느 때 명절보다 즐거운 명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
오늘만큼은 제가 아내와 손주 자랑을 하는 푼수데기가 되었습니다.
설 명절 연휴가 끝나고 새롭게 하루 짧은 한주도 마무리되어 갑니다.
봄날이 올려면 문턱이 있겠지만 요즘 같으면 금방 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