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달전인 3월18일에 어느집에선가
가출한것으로 보이는 문제의 '나리'(사진1)
어제까지 주인찾아주는 노력은 허사였습니다. 그래서 임시새장이 비좁아 좀 넓은집을 만들어주려고
어제오후내내 작업을해서 완성후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여는순간
날아가버렸습니다.
순식간에 보이지 않을만큼의 거리까지
날아가서 망연자실했습니다.
실컷 만들어놓은 집을 보니 우울해지고,
날아가버린 '나리'가 살아갈수 있을까 걱정도 컸습니다.
허전한 맘을 가누지 못해 가까운 앵무새분양소를 검색해서 바로 달려가
저녁8시에 암수한쌍을 분양받아왔습니다.
집에도착해 박스를 열었는데 노랑앵무 한마리뿐이고 다른 하나가 없네요. 혹시 박스 숨구멍이 커서 그곳을 빠져나와 차안 어디엔가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으로 차량내부를 샅샅이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없습니다. 무슨 일진이 이런건지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외톨이가된 짝꿍을 다시 구하려고 전주로 가는와중에 전화가 옵니다.
'나리'가 집에 돌아왔다는겁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운전을하면서도
내가 '나리'한테 당한듯한 기분이 듭니다.
일단은 집에있는 두마리 앵무새는 모두 수컷이라, 어차피 맘먹은길 그냥 암컷친구를 구해주기로 결심하고, 다시
한마리를 더 데려왔습니다. 이제 널찍한 새장안에 세마리가되니 조금은
우울했던 심정이 진정되어옵니다.
그렇게 앵무새 세식구를 방안 새장에 모셔놓고 엄나무순이나 따려고 인근야산행을 갔습니다.
수확은 변변치않고 귀가길에 잠시 쉬면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차안수색을 다시합니다. 바닥이 아니라 거꾸로 매달리는걸 좋아하기에 의자아래,틈새를 차근차근 살펴보고 마지막 조수석 발받침쪽으로 머리를 들이미는데.
이녀석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머리에서 딱~ 소리가난듯 했습니다.
조수석 다시방 아래 왼쪽으로 칸막이처럼 생긴부분 틈에 머리 반쪽만 보이더군요. 혹시나 끼어있나 손을 가까이 대자 파드득거리며 나오네요.
이게 무슨일인지.
조심히 잡아서 배고프고 지쳐있을것 같아 재빨리 집으로 모셔가 친구들 집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집나갔다 돌아온 '나리'와
처음 분양받은 두마리.
그리고 잃어버린줄알고 추가로 분양받은 끝순이까지 모두 네식구가
무사히 한가족이 되어버렸습니다.
웬수때기같은 '나리' 무단가출로 빚어진
스무시간동안 어리둥절하고 조마조마했던 순간들이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있습니다. 모쪼록
계획에 없던 앵무새 네식구와의 동거가
시작된만큼 이제는 좀 더 각별하게 관리하고, 집나가 개고생하고 돌아와
식욕이 왕성해진 '나리'와 세 아이들 모두 비만으로 날지 못하게 한뒤 오래오래 알콩달콩 살겠습니다.
사연이 길고 복잡해 글이 길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