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나 짓고 살지!
농촌 출신들이 도시생활이 힘들 때마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죠!
고향에 내려와 10년간 농협인으로 사명을 다한 후 부모님께서 남기신 농지와 새로구입한 농지에 벼농사와 여름드릅 그리고 스마트팜시설에 송화버섯을 재배하면서 이 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첫째, 농사에 빠지면 남는 시간이 없다.
둘째, 눈만 뜨면 일이 생기고 일이 보인다.
셋째, 농업경영비(원가)에 대한 부담이 크다.
넷째, 자연에 의존해야만 하는 노지농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다섯째, 농산물 판로개척과 제값 받기가 어렵다.
기타 등등의 내용을 열거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지만 현재 느끼고 있는 것은 이렇습니다.
요즘 日常을 적어 봅니다.
폭염을 피해 논 일을 하다가 저녁밥을 먹고나면 9시에서 9시반이 됩니다.
피로에 지친 몸이 편안함을 찾습니다. 휴대폰도 뒤로하고 무료하게 거실쇼파에 앉자 TV를 보면서 간단한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1시경에 잠자리에...
평일 아침에는 서울에서 직장다니는 아들과 딸 모닝콜을 5시반과 6시 10분에, 이를 시작으로 꺼꾸리에 메달려 짧은 시간 스트레칭을 하고 스마트팜시설에서 송화버섯 솎기작업과 수확을, 7시 50분 아내가 출근하고 나면 버섯된장국에 밥 한술 말아먹고 벼와 드릅밭을 둘러보러 갑니다.
농촌현장에는 늘 새로운 일거리가 보입니다.
오후에 다시 송화버섯 핀솎기와 수확 그리고 판로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데
정성을 다해 관리하고 수확한 좋은 버섯을 제때에 판매하지 못하면 애가 탑니다.
오후 6시경 햇빛이 덜할 때 다시 논을 둘러보고
생수가 터진 곳에 또 삽질로 보수를 합니다.
이런 일상이 농촌에서의 삶!
그래서 농사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님을 새삼 느끼고 선배 농업인들의 고단한 삶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