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무리
대봉감을 땄다. 그동안 야금야금 나무에서 익은 홍시를 따서 어른들 드리고, 떨어진 몇개 대봉을 중심으로 감식초 옹기에 넣고, 몇 알은 깎아 곶감 만드는 시늉을 했다.
날 좋은 어제, 작심하고 간지를 휘둘렀다. 떨어져 깨진 것은 감식초 옹기로 분리하고, 단단하게 익은 것은 곶감 깎는 바구니에 넣고, 조금 무른 녀석들은 홍시 숙성 진열대로 분리했다.
창고 다용도 실엔 홍시 숙성을 기다리는 대봉이 줄을 섰고, 두 말들이 옹기 하나는 깨진 대봉이 가득하고, 또 하나 옹기는 절반쯤 찼다. 나머지는 아직 못 딴 단감 익은 것들을 추가할 생각이다.
단단하게 익은 대봉을 이백 개 골라 두었다. 이슥한 밤까지 백 개를 깎아 걸고, 아침 먹고 다시 백 개를 깎아 걸었다. 어깨가 뻑지근하지만 한 발 건너 바라보는 내 입꼬리는 올라간다. 합이 삼백 개다. 이거면 우리 가족이 조금씩이라도 나눠 먹을 수 있다.
감나무는 무거운 짐을 내려 놓아 홀가분하겠지만 가을 타는 눈은 왠지 허전하다. 한 바퀴 돌아보니 국화가 화사하고, 껄막 담쟁이가 붉다.
단감과 사과가 남았다. 사과야 몇 알 안되니 금방 딸 수 있고, 단감은 서리 맞으며 나무에서 견뎌야 제 맛이다. 해서 주말쯤 온다는 손주녀석 눈맞춤으로 조금 더 두고 물러져 단감이기를 포기한 녀석들을 골라 식초 옹기에 분리 해야지.
커피 한 잔 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