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56
♡ 멍멍멍! ♡
외딴 바닷가
섬마을에 바위섬을 집을 삼아
파도치는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누렁이는
언제부터인가
말 없는 저 바다를 홀로 지키는
외로운 등대가 되었다는데요.
지나다니는
동네 사람들도 마음이 아파
먹을 것도 줘보고
집을 지어 다른 곳으로 데려도
가봤지만
파도치는
갯바위가 내집이라는 듯
하루 이틀...
일 년.... 이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휴…. 저러다
누렁이가 병나겠네“
동네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먹을거리로
하루를 견디며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누렁이를 보면서
애먼 가슴만 쓸어내린다는 사람들은
가슴 시린 지난 이야기 하나를
뱉어놓고 있었습니다.
때는 이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해녀질로 물 숨 참으며
숨비소리 한번이
자식들의 연필이 되고
공책이 되어가며
참을 수 있었던 만큼의 행복은
간곳없고
자식들 조차 오지 않는
한나절 같았던 행복이 사라진 빈집을
홀로 지키며
하루 물질로 근근이 세월을 지켜가던
할머니에게
“동삼 댁….
강아지 한 마리 키워봐
어제 우리 삼돌이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지 뭐여“
꽃들은 한창인데
자신만 늙어가는 것 같은 할머니에게
같이 걸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희망이 늘어날 때마다
무럭무럭 자란 누렁이는
이젠
물질 나가는 할머니를 따라가
망사리 띄워놓은 물속에서
나올 때까지 지켜주며
“누렁아...
한 번만 들어갔다 나가꾸마
쫌만 기둘려...“
할머니는
갯바위에 붙어 물질 한 번 하고
누렁이 한번 쳐다보고
누렁이는
할머니가 물속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멍멍....“
소리 지르며
내가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응원까지 보내주는
살뜰히 챙김에 마음이 녹고....
함께하는
따스함에 미소가 지워지는...
의지하며 걷는 꽃길 같은 날들 속에
할머니와 누렁이는
서로의 기적이 되어갔습니다.
시커먼
성게 가시에 찔린 것 같은
통증에 밤새 몸이 아파
물질도 못 나가고
밭에 나가 일을 할 때도
잘 걷지 못하는 할머니 곁을
꼭 붙어 다니며 둘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요.
“멍멍...“
(조심하라고)
”멍멍멍“
(집에 가자고)
살뜰히 챙겨주는 누렁이를 보며
지겹던
하루의 기쁨이...
부질없던 세월에 행복이....
별처럼 꽃처럼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다음 날
잿빛 하늘이 비친 바다에
화가 난 듯 불어대는 바람 따라
덩달아 일렁이는 파도를
담장 너머 바라보고 있던 할머니가
마당을 가로지르는 빨랫줄에 걸린 해녀복을 걷어와 툇마루에 앉아 주섬주섬 물질 나갈 채비를 하는 모습에
“멍멍…. 멍멍....“
“누렁아..
오늘은 물질 나가지 말라꼬?”
“멍..”
“개안타....
오늘이 우리 누렁이 병원 가는 날 아이가?”
“멍..”
“퍼떡 물질해가꼬
시장 가서 팔아가 우리 누렁이 밥도 사고 병원도 가고 그카자 알았제?“
그렇게
둘은 바늘과 실처럼
먹물색 같은 바다로 걸어가고 있었고
어느 날처럼
물질하는 할머니를 지켜주고 있던 누렁이는 내리는 비를 소롯히 맞아내며 할머니가 나오기만 기다리다
“멍멍멍…….
멍멍…. 멍멍멍……. 멍멍“
쉼 없이 짖어대는 누렁이 소리에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우야겠노...
동삼댁 할매가 이 날씨에
물질하러 들어갔는가베....“
누렁이는
기다림이란 희망 하나로
함께 할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간
할머니가
물속에서 올라올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멍멍멍……. (집에 가자고)"
*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